[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미·일 조선업 협력이 본격화하면서, 일본이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국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다만 일본 조선업 생태계 한계를 감안하면 위협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정부는 이날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조선업 분야 협력 각서(MOU) 체결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국이 워킹그룹을 설치해 조선업 진흥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고, 양국 기업이 협력해 조선소 건설 및 설비투자에 참여하며 경쟁력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포함될 전망입니다.
협력 각서 초안에는 “강력하고 혁신적인 조선산업이 양국의 경제안보, 회복탄력성, 경쟁력에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아울러 조선 인력의 확보·육성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도입해 선박 설계와 기능을 고도화하는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이번 협력의 배경에는 중국 견제가 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글로벌 신조선 수주 점유율은 69.2%로, 한국 18.1%, 일본 4.6%와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 조선 부문의 대중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유사시 해상 운송 차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지점입니다. 이에 미국은 한국과의 협력을 축으로 자국 조선업을 다시 재건하겠다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이번 MOU로 일본의 조선 협력까지 확대하는 기류입니다.
미일 조선업 협력이 가시화되자, 이를 발판으로 일본이 한국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960년 상호협력 및 안전보장조약 체결 이후 지속된 미일 안보 협력과 방산 공동개발 경험 등 오랜 기간 우호적으로 유지 중인 미일 관계를 고려할 때 향후 일본이 한국과의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특수선 등 일부 기술은 여전히 한국을 앞선다”며 “현재는 조선소가 부족할 뿐이고, 미일 공조로 설비가 확충되면 한국이 위협받을 수 있다. 조선소 건설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진단도 있습니다. 미국의 핵심 목표가 자국 조선산업의 재건인 만큼, 인력 등 산업 생태계가 취약한 일본은 실질 경쟁력에서 한국에 뒤처진다는 평가입니다. 기술 측면에서도 한국이 일본을 앞서며, 특히 미국이 중시하는 LNG 운반선 등 상선 부문에서 상대적 우위가 뚜렷하다는 분석입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과의 경쟁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충분히 극복 가능한 수준”이라며 “양국의 강점이 나뉘어져 있는 만큼 굳이 한일 간 ‘제로섬’으로 볼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는 벌크선·소형선박 생산 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본과 기자재 부문 협력이 가능하고, 일본이 범용선박을 맡고 한국은 고부가가치 LNG 운반선을 담당하는 등 한미일이 협력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