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2023년 기준 소득이 늘어 소득 분위, 즉 상위 계층으로 이동한 국민은 10명 중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소득이 가장 적은 하위 20%(1분위) 중 상위 계층으로 이동한 이들은 10명 중 3명뿐으로, 나머지 7명은 빈곤층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절반 이상이 7년 동안 5분위 계층을 유지했습니다. 소득 고착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우리나라의 소득이동성은 2017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사회 전체의 이동성이 줄고 있다는 의미로, 사실상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소득이동성 3년째 하락…굳어지는 소득 계층
국가데이터처가 27일 발표한 '2023년 소득이동통계 결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소득이동성은 34.1%로, 전년보다 0.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득이동성은 소득 분위가 전년과 비교해 올라가거나 내려간 사람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2023년 수치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소득이동성은 2019→2020년 35.8%, 2020→2021년 35.0%, 2021→2022년 34.9% 등 3년 연속 하락세입니다.
이중 소득이 상향 이동한 사람은 17.3%, 하향 이동한 사람은 16.8%로 집계됐습니다. 10명 중 2명 정도만 소득이 늘어 상위 계층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로, 상향 이동성은 전년보다 0.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하향 이동 역시 0.5%포인트 감소했는데, 상향·하향 이동 모두 감소하면서 전반적으로 소득이동성이 약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바울 국가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고령화의 영향, 경제성장률이 저성장 기조로 하락 추이에 있는 부분 때문에 계속적으로 소득이동 상향과 하향이 다 줄어드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상향 이동이 줄었지만, 하향이 더 줄었다'란 말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그물이 조금 더 견고해졌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소득이동성을 성별로 보면 여성이 35.2%, 남성이 33.3%로 집계됐습니다. 이중 여성의 상향 비율은 18.1%, 남성의 상향 비율은 16.6%로 여성이 더 높았습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상·하향 이동 모두 청년층, 중장년층, 노년층 순으로 높았습니다. 청년층의 경우 2022년에서 2023년 40.4%가 이동했고, 상향 이동 비율은 23%였습니다. 반면 노년층은 상향 이동 비율이 9.9%에 불과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고소득층·저소득층 분위 고착화…유지율 높아
소득이동성이 낮아진 배경에는 상·하위 계층의 고착화 경향이 더 강해진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2023년 기준 1분위에 속했던 사람 중 다음 해에도 1분위에 머무른 비율은 70.1%에 달했습니다. 5분위의 유지 비율은 85.9%로 더 높았습니다. 반면 중간 계층인 2분위(51.4%), 3분위(56.0%), 4분위(66.0%)의 유지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흐름을 보였습니다.
특히 2017년 소득 5분위에 속한 사람 중 59.3%는 2023년까지도 5분위를 유지했고, 1분위에 속한 사람은 27.8%가 7년간 1분위에 머물렀습니다. 최 실장은 "지속적으로 1분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안정적인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 비정규직·영세 자영업을 영위하는 사람들로 볼 수 있다"며 "특히 노인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소득이 가장 적은 1분위의 탈출률은 29.9%에 불과했습니다. 소득이 늘어 상위 분위로 이동한 사람이 10명 중 3명에 그쳤다는 의미입니다. 바꿔 말하면 나머지 7명은 소득 최하위 빈곤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18년 1분위 탈출률은 31.9%였지만, 2022년 30.9%로 낮아지더니 2023년에는 30%를 넘지 못했습니다. 최 실장은 "고령화 영향으로 소득 하위 20%에 노인 비중이 커지면서 탈출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2023년 소득이동통계는 15세 이상 인구 중 근로·사업 소득이 있는 약 1100만명을 대상으로 국세청 소득 자료와 행정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 단위로 분석한 종단형 패널 통계입니다. 특정 개인의 소득금액 변화, 소득계층 간 이동, 계층 유지 기간 등을 모두 추적해 산출했습니다.
최바울 국가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소득이동통계 결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