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집값·환율에…'금리인하' 사실상 종료

한은,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연 2.5% 유지
"통화정책도 주택가격 상승 자극 않도록 할 것"
연내 동결 가능성↑…내년에도 한 차례 인하 전망

입력 : 2025-10-23 오후 3:53:4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지난 7월과 8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동결입니다. 경제성장률 둔화 등 침체된 경제를 살리려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치솟는 집값과 불안한 환율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특히 정부의 연이은 대책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시장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시장에서는 올해 마지막 남은 다음 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과열된 부동산 시장 상황을 이유로 추가 금리 인하 단행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봅니다. 사실상 연내 추가 금리 인하는 없는 것으로, 내년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창용 "정부 추가 대책 내놨는데…부동산 불 안 지핀다"
 
한은 금통위는 23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5월까지 경기 부양을 위해 총 네 차례 금리를 낮춘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하면서 세 차례 연속 동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1.75%포인트 격차를 유지했습니다. 
 
한은의 동결 배경에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 이유가 큽니다. 앞서 정부는 수도권 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원으로 일괄 축소하는 6·27 대책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졌고, 정부는 또다시 서울 전역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10·15 대책을 내놨습니다. 정부가 고강도 추가 규제를 내놓은 상태에서 한은이 금리를 낮추면 부동산 대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며 "정부가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통화정책 면에서도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총재는 지난 20일 국정감사에서도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143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흐름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은 한·미 관세 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미·중 무역 갈등까지 재점화하면서 1430원대마저 뚫었습니다. 이에 외환당국은 지난 13일 1년6개월 만에 공식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 인하가 환율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1월 금통위도 '동결' 전망…내년에도 인하 쉽지 않아 
 
문제는 집값과 환율 불안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한은이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 회의는 오는 11월27일로 예정된 가운데, 시장에서는 다음 달 추가 금리 인하 단행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합니다. 사실상 연내 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6·27 대책 이후 수개월 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경험을 고려할 때 단기에 (이번)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확신할 수 없고 미·중, 한·미 협상의 난항 가능성이 여전해 환율 변동성 확대 위험도 크기 때문에 연내 동결을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이날 금통위에서도 금통위원 내에서 내년까지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었습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는데, 금통위 내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3개월 내 금리 전망)'의 변화가 엿보입니다. 앞서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의 인하 대 동결 의견은 지난 7월 4대2에서 8월 5대1로 변화를 보였는데, 이날 다시 4대2로 변화한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봅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다시 집값이 오르면서 연내 인하가 가능할지 의문이고, 내년에는 금리 인하가 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내년까지 기준금리는 한 번 정도 인하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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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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