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10·15 대책 이후 상대적으로 규제 영향을 덜 받는 오피스텔, 빌라, 경매 등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습니다. 금리인하 기대감 속에서 시중 부동자금이 투자 대체재로 유입되며 풍선효과로 일부 지역에선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상황입니다.
29일 경·공매 데이터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해당 지역에서 진행된 경매 건수는 총 117건, 낙찰 건수는 51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경매시장은 실거주 의무가 없어 낙찰받은 뒤 바로 전세를 놓을 수 있고, 담보인정비율(LTV) 70%가 적용됩니다.
서울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평균 101.5%로 나타났으며,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남권과 한강벨트 라인 지역의 낙찰가율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매각 사례를 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판교봇들마을 3단지' 전용 84㎡는 지난 20일 감정가(15억8000만원) 대비 17% 높은 약 18억6000만원에 낙찰돼 경매에서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이매삼환' 전용 116㎡도 같은 날 감정가보다 약 1억2860만원 비싼 16억1860만원에 매각돼 신고가를 썼습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경매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는데요. 지지옥션의 9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낙찰률과 낙찰가율 모두 2022년 6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낙찰률은 50.7%로 전월 대비 10.4%포인트 급등했으며, 낙찰가율은 99.5%로 전월보다 3.3%포인트 올랐습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속해서 강세를 보였던 강남구와 한강벨트 아파트는 토허제에 묶여 거래량이 줄어도 호가가 높은 수준이라 수요자들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주요 지역에서는 현금 자산가가 많이 진입하고 있는 시점이며, 선호도가 낮은 곳은 투자 수요가 몰리지 않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라운지에서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피스텔·재개발 빌라로 눈 돌려…수요 이동 '제한적' 의견도
투자 대체재로 떠오른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비주택인 '준주택'으로 분류돼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습니다.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124.5로, 전달 대비 0.2포인트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다. 특히 서울 내에서도 도심권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127.4로 8월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으며 7월 126.5 대비 상승폭이 컸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전용 102.36㎡는 지난 9월 21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습니다. 강남구 삼성동 '마젤란21아스테리움' 전용 100.21㎡도 지난 7월 13억3500만원에 거래돼 2018년 거래가(7억5000만원) 대비 약 두 배 가까이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규제가 덜한 곳, 수익이 높은 곳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오피스텔도 MZ세대들이 살림집이나 미니 아파트로 인식하면서 많이 찾아 향후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면적별로 보면 수도권 대형 오피스텔 매매지수가 전달 대비 0.7포인트 오르며 실거주에 적합한 넓은 평형대 주거형 오피스텔에 수요가 집중됐습니다.
사고팔기가 어려워진 재건축 아파트 대신 재개발 빌라로 투자 수요가 움직이고 있는데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일 강북구 미아2구역 한 빌라의 경우는 전용 23㎡가 4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미아2구역은 서울시의 재정비촉진사업 규제 철폐 적용 첫 대상지로 선정됐으며, 현재 조합설립인가까지 진행됐습니다. 아직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않은 재개발 구역뿐 아니라 2018년 1월 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구역도 규제를 적용을 벗어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오피스텔 중 핵심지 신축 아파텔(방2화1)과 재개발 호재가 있는 연립 다세대는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현 정부는 지금의 규제를 해제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런 수요 이동 현상은 조금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비규제 지역과 대체 상품으로의 수요 이동은 미미할 것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경매시장과 오피스텔 분양시장으로 일부 수요 유입은 있을 수 있으나 기존 오피스텔과 빌라는 '똘똘한 한 채' 트렌드에서 아파트 대체제로서 매력이 높지 않아 거래량과 자금 유입의 큰 움직임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정부의 보유세 강화 가능성과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인하를 고려하면 선호도가 높지 않은 비규제 지역은 10·15대책 수혜를 입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일부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비규제 지역, 비규제 대상 상품으로 눈을 돌리긴 하겠지만 대거 유입되기는 힘들다"고 밝혔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