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유경옥 전 행정관, 김건희 재판 증인 앞두고 잠적

‘건진법사’ 전성배 혐의 인정하자 사면초가
‘김건희 배신’ ‘위증죄’ 택일에 부담 느낀 듯

입력 : 2025-10-29 오후 3:57:14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29일 김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잠적했습니다. 유 전 행정관은 김씨의 통일교 유착 의혹과 관련해 건진법사 전성배씨 측으로부터 건네받은 샤넬 가방 등을 김씨에게 전달한 인물로 지목됩니다. 
 
김건희씨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경옥 전 행정관이 지난 7월25일 서울 종로구 소재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이날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씨의 다섯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오후에는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전화기도 꺼놓은 채 불출석하면서 재판은 10분도 안 돼 끝났습니다. 
 
두 사람은 조연경 전 행정관과 함께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습니다. 특히 유 전 행정관은 김씨와 인연이 깊습니다. 김씨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총괄팀장으로 일하며 15년 가까이 김씨의 손발 노릇을 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윤석열씨가 20대 대선에 당선되면서 대통령실 부속실 행정관으로 김씨 일정 전반을 관리했습니다. 지난 4월 윤씨가 파면된 뒤 대통령실을 나와서도 김씨를 보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 전 행정관 역시 김씨와 코바나컨텐츠 시절부터 함께했으며, 대통령실에서 의전과 행정 업무를 맡았습니다. 
 
두 사람은 김씨의 통일교 유착 의혹 핵심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김씨와 통일교 사이에서 실무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유 전 행정관은 통일교 측이 전달한 샤넬 가방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김씨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전씨의 법정 증언들을 종합하면, 전씨는 윤영호 전 통일부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자신의 처남 김모씨와 유 전 행정관을 거쳐 김씨에게 전달했습니다. 전씨는 지난 28일 자신의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 재판에서 김씨와 통화로 금품 수수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고도 했습니다. 
 
유 전 행정관은 또 김씨 지시로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샤넬 가방을 다른 제품들로 교환한 인물로 지목됐습니다. 샤넬 전 직원은 지난 27일 윤 전 본부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부점장에게 ‘영부인이 제품을 교환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유 전 행정관이 제품을 교환하러 왔다고 증언했습니다. 
 
반면 유 전 행정관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해왔습니다. 코바나콘텐츠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전씨의 부탁으로 샤넬 가방을 교환해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전씨가 법정에 와서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샤넬 가방 등을 임의 제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유 전 행정관은 김씨를 배신하거나 위증죄로 처벌받거나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이날 증인 신문을 회피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 전 행정관은 ‘건희2’로 알려진 연락처의 실사용자로, 김씨가 이를 이용해 전씨는 물론 윤 전 본부장과 통화한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정 전 행정관 역시 위증죄 처벌을 피하려 행적을 감춘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검찰은 두 사람의 증인신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은 “두 사람은 조사 과정에서 객관적인 증거와 배치되는 진술을 많이 했고, 전씨와도 말을 맞춘 정황이 있다”며 “두 사람의 말을 (법정에서)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4일 두 사람을 다시 증인으로 소환하겠다고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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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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