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29일 국정감사 자료를 종합하면 노동·복지·에너지 현장 사각지대에 대한 민낯이 지적됐습니다. 임금체불 법률 구조와 장애인 근로지원 부족 실태, 재생에너지 공사 안전 문제 등 '관리 인력 부족'과 '감독 사각지대'라는 공통된 키워드가 제도 공백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는 겁니다.
특히 임금체불 문제는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지목됩니다. 작년 임금체불액이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어섰지만 피해 노동자들의 무료 법률 구조 지원 건수는 4년 새 40% 가까이 줄어든 반 토막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임금체불 무료 법률 구조 사업 지원 건수는 2020년 9만174건에서 2024년 5만4913건으로 39.1% 감소했습니다. 올해 지원 실적도 8월 기준 4만2040건에 그치고 있습니다. 임금체불 규모는 건설업 경기 부진 등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경신한 상태입니다. 2020년 1조5830억원이던 체불액은 지난해 첫 2조원을 돌파했습니다.
29일 안호영 민주당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임금체불 무료 법률 구조 사업 지원 건수는 2020년 9만174건에서 2024년 5만4913건으로 39.1% 감소했다. (사진=뉴시스)
올 7월까지는 1조3421억원으로 최대치 경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무료 법률구조 사업 실적이 줄어든 요인은 법률구조공단의 만성적 인력난이 꼽힙니다. 특히 체불임금 회수를 위한 '본안소송'이 절반 이상 줄었는데,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 인력은 2020년 175명에서 149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실제 근무 인원은 118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고용노동부 측은 간이대지급금 제도 간소화로 민사소송이 줄었다는 입장이나 3개월분 임금만 보전하는 만큼, 실질적 구제 수단은 어렵다는 게 안 의원의 설명입니다.
신재생에너지 공사 현장의 사망사고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5년간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망사고는 총 23건으로 모두 '추락사'였습니다.
태양광 설치 중 사고가 82.6%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이 중 89.4%는 지붕 위 채광창 파손으로 인한 추락이었습니다. 경북 김천, 경남 하동 등 현장에서는 안전덮개나 발판이 없는 상태에서 작업한 사례였습니다. 풍력·수력 발전소에서도 개구부 추락 등 기본적인 안전 조치 미비를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7월16일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에서 한 노동자가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공짜 인력' 취급을 받는 장애인 근로지원 남용 사례도 지적됐습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근로지원인의 '목적 외 근무' 적발은 2021년 3건에서 올해 13건으로 4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장애인 근로자의 직장 적응을 돕는 근로지원인이 사적 업무에 동원된 사례가 급증한 겁니다. 중증장애인 직업훈련의 현장 핵심 주체인 사업체에 대한 지원금 부재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실의 분석을 보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고용사업은 사업주에게 1인당 일 3만5000원(20일 기준 70만원)을 지원하나 장애인개발원 주관 사업은 단 1원의 지원도 없어 고용부·복지부 부처 간 지원 격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 의원은 "직업훈련수당 인상만으로는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다. 중증장애인 직업훈련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려면 사업체 지원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2024년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을 통한 취업률이 34.5%에 달하고 있다"며 "제도가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지원이 따라오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9일 소병훈 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장애인개발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중증장애인 직업훈련 제도의 핵심인 사업체 지원금 부재 문제를 지적, 내년도 예산 반영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