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박정 민주당 의원이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폐막 미사의 파주 임진각 개최를 요청했습니다. 이를 위해 바쁜 국정감사 일정에도 우원식 국회의장의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3개국 순방에 동행했습니다. 그는 교황이 직접 주재하는 WYD 폐막 미사를 파주에서 개최하면 한반도 평화 정착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박 의원은 지난 28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우원식 의장이 21일 교황청 국무원총리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의 만남에서 교황의 방북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했다”며 “이 자리에서 WYD 폐막 미사를 파주 임진각에서 열 수 있도록 고려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2027년 WYD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행사”라며 “레오 14세 교황께서 방한해 분단 접경지역인 파주에서 평화 메시지를 내면 WYD 의미는 더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해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총리(추기경)를 만나고 있다. (사진=박정 의원실)
박 의원은 파주가 평소 교황청이 강조하는 세계평화와 기후위기, 난민 문제들에 대해 국제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분단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전 체제를 유지하면서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파주는 이런 갈등과 화해의 희망이 공존하는 장소다. 북한에서 목숨을 걸고 내려오신 분들이 많은데, 이 중에는 신앙의 자유를 위해 오신 분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접경지역은 70여년 동안 분단으로 접근이 어려워서 환경이 잘 보존된 지역”이라며 “주변만 잘 정비하면 전 세계 청년들에게 기후 문제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 의원은 일찍부터 DMZ평화문화기후센터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폐막 미사의 파주 유치를 추진했습니다. 이때 준비한 개최지 타당성 보고서를 이번 교황청 방문에서 파롤린 추기경에게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서울 WYD를 준비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개막 미사와 교황 환영 행사는 상암 월드컵경기장과 광화문광장을, 밤샘 기도와 폐막 미사는 올림픽공원과 여의도 한강공원을 주요 행사 후보지로 발표한 바 있습니다. 특히 최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폐막 미사 장소는 올림픽공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개최 지역은 서울대교구와 협의해 교황청이 최종 결정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서울 WYD 기본계획이 대략적으로 발표됐지만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 이번에 폐막 미사 파주 개최 요청과 관련해서도 교황청이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 의미를 살려 다양한 관점에서 숙고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면서 “레오 14세 교황은 페루에서 20여년 동안 가난한 자들을 위한 성직자 생활을 하셨지만, 미국 출신으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걸로 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피스메이커(peace maker)’로 언급했듯이 교황께서도 WYD 방한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많은 기여를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랐습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정 의원실)
현재 국회에서는 ‘2027 서울 WYD’ 지원을 위한 특별법이 계류 중입니다. 조계종을 비롯한 이웃 종교들은 특정 종교 행사에 대한 특혜 지원이라며 특별법 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박 의원은 천주교 외 이웃 종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한국은 다양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고, 서울 WYD도 ‘비가톨릭 국가’에서 처음 열리는 것”이라며 “WYD는 전 세계 정상들이 참석하는 에이펙(APEC) 이후로 가장 큰 규모의 국제행사인데, 타 종교들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동의할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이웃 종교와 종교 지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