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역제안하면서 핵추진잠수함 개발이 가시화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요청을 즉시 수락했는데요. 핵추진잠수함 개발은 김영삼(YS)정부가 처음 시도했습니다. 이후 노무현·김대중(DJ)·문재인정부가 개발을 추진했지만, 외교적 제약과 기술적으로 난관에 직면했습니다. 과거 미국의 반대와 북한과 중국의 거센 반발로 외교적 '딜레마'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개발 착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30년여간 좌초…'미국 반대'가 결정적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30일 경북 경주에 마련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표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대한민국 방어에서 우리 군의 주도적 역할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 해당 사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핵추진잠수함 관련 결단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핵추진잠수함 개발은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풀지 못한 오랜 과제입니다. 지난 1994년 김영삼정부(1993~1994년)에서 처음 개발을 시도했는데요. 당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로 1차 북핵 위기 속 잠수함 장기전을 대비해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원자력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 전문가들을 통해 러시아 핵잠수함 도면과 소형원자로 기술을 입수해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김영삼정부는 2008년까지 3000톤(t)급 핵추진잠수함 9척을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건조 단계까진 이르지 못했는데요. 당시 미국 측의 핵확산 우려 등으로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집니다.
김대중정부(1998~2003년)가 들어선 이후에도 핵추진잠수함 개발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극비리에 핵잠수함 연구를 지속했지만 중단됐습니다. 핵연료 확보와 독자 기술 미확보 등의 문제로 실제 건조까진 불발된 겁니다. 특히 김대중정부는 자주국방 강화 기조에도 개발을 지속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재래식 잠수함인 장보고-II급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당시의 기술 수준과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 때문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노동신문.뉴시스)
연이은 도전 끝에 가시화…김정은·시진핑 반발 가능성
노무현정부(2003~2008년)에선 362사업(한국형 원자력추진잠수함 비밀 프로젝트) 추진을 시도했습니다. 2020년까지 4000톤급 한국형 원자력추진잠수함(SSN) 3척을 진수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언론 보도를 통해 계획이 유출, 국제적 논란이 불거져 사업 1년여 만에 중단됐습니다. 이후 노무현정부는 디젤 추진 잠수함인 장보고-III 개발로 전환했습니다.
문재인정부(2017~2022년)에서도 핵추진잠수함 개발 노력은 계속됐습니다. 자주국방 및 북핵 억제력 강화 명분으로 추진을 검토했습니다. 특히 문재인정부 국방 계획에는 핵추진잠수함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문구가 적시된 바 있습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반발해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을 우려하는 가운데, 핵추진잠수함은 북한에 대응할 수 있는 장치였습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020년 미국에 개발 필요성과 핵연료(저농축 우라늄)를 미국에서 공급받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핵 비확산 원칙을 가진 미국은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동안의 '제약'이 풀린 건데요. 한·미 정상회담으로 개발 추진이 가능해졌지만, 북·중의 반발이 불가피합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25년 2월 부산에 미국 핵추진잠수함인 '알렉산드리아함'이 입항만으로도 거세게 반응했습니다. 다만 현재 북한 측도 현재 핵추진잠수함을 국가사업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2021년 당시 해당 내용이 담긴 오커스(미국·영·호주 안보동맹) 안보 파트너십 체결 이후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습니다. 중국 측은 이날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추진도 가시화되자 한·미가 핵확산 방지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