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보호무역과 자국중심주의라는 글로벌 경제의 녹록지 않은 흐름 속에서 열린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노딜'은 없었습니다. 대신 한·미 정상회담의 '빅딜'과 미·중 정상의 '휴전'이라는 성공적 새 역사를 썼습니다. 여기에 21개 회원국 정상들의 '경주 선언' 등 APEC 정상회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북 소노캄 경주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중 국빈만찬에서 건배 제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핵추진 잠수함 '쾌거'…한·중 관계도 '훈풍'
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 최대 성과는 한·미 정상회담입니다. APEC 정상회의에 앞서 성사된 한·미 정상회담은 '노딜'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마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외신 인터뷰에서 APEC 계기 관세 협상 타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참석한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부터 기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터프한 협상가'로 칭하며 "조금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만났으면 (미국에) 좋았을 것"이라고 칭찬했습니다.
이후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황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무궁화 대훈장과 천마총 금관을 선물했습니다. 그 결과는 '빅딜'로 돌아왔습니다.
관세 협상의 최대 난제는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 방안이었습니다. 특히 현금 투자 규모에 대한 압박이 거셌는데요. 우리 정부는 현금 투자 규모를 2000억달러로 하되 연간 200억달러로 상한선을 긋기로 했습니다. 특히 현금 투자에 대한 안전장치로 원리금이 보장되고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되는 프로젝트만 추진키로 했습니다. 이는 일시불 투자와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투자처를 정하는 미·일 협상보다 크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예상을 뛰어넘은 성과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군의 숙원이었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승인받은 겁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을 '깜짝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건조 승인'으로 호응했습니다. 핵추진 잠수함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대한민국 안보에 대규모 성과로 평가받습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도 세계 경제 안정에 기여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김해 공항 나래마루에서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은 '패권 경쟁'의 휴전을 선언한 순간이었습니다. 미국은 대중 관세를 10%포인트 낮추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6년 만에 만난 양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무역전쟁 '확전 자제'의 뜻을 모은 겁니다.
미·중 정상의 휴전은 한·중 관계에도 훈풍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국익과 실용에 기반한 대중외교를 통해 한중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공개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1년만 방한은 한·중 협력의 '청사진'이 가능토록 했는데요. 양국은 원-위안 통화 스와프 계약서를 체결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무역 교류 협력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엔비디아, AI칩 '선물 보따리'
경제 분야 성과도 빼놓을 수 없는 결과물입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인공지능(AI)칩 '블랙웰' 26만장을 대한민국에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우리 정부의 목표가 최대 5만장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입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이번 공급은 'AI 3대 강국' 도약이라는 우리 정부의 국정 목표의 초석이 될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해 하정우 대통령실 AI수석은 "이제 한국이 미국-중국에 이어 전 세계 3등"이라고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APEC 정상회의에서도 AI의 성과는 이어졌습니다. 21개 회원국은 '경주 선언'을 통해 아·태 지역의 협력 강화를 약속했는데, 'APEC AI 이니셔티브'와 'APEC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공동 프레임워크' 등도 채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AI 이니셔티브는 APEC 최초의 명문화된 AI 공동비전이자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한 AI에 관한 최초의 정상급 합의문"이라며 "'AI 기본사회 구현'과 '아시아·태평양 AI 센터' 설립 등 정부의 AI 기본 정책과 실질적 AI 협력 방안을 반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