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미국이 4일(현지시간) 치르는 주지사·시장선거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에 대한 첫 대규모 민심 심판이자, 향후 미국 정치 지형을 가늠할 '중간평가'로 꼽힙니다. 이번 투표가 트럼프 정부의 셧다운, 관세, 이민 등 행정부 내부 권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반트럼프 세력 재결집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민심이 트럼프에게서 한층 멀어진 만큼, 이번 선거는 트럼프 체제하에서 정치와 유권자 민심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풍향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월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지지율 41%…민심 이탈 속 11·4 선거 돌입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ABC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미국의 성인 남녀 2725명을 상대로 지난달 24~28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41%에 그친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9%에 달했습니다. 경제·이민·관세·연방정부 운영·범죄·중동 및 우크라이나 사태 등 주요 이슈 전반에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방식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특히 응답자의 64%는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을 지나치게 확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다수는 그가 연방 인력 규모를 줄이기 위해 공무원을 해고하고, 미국 도시를 순찰하기 위해 방위군을 배치하는 등의 조치가 과도했다고 답했습니다. 경제 문제에서도 긍정 평가는 37%로 낮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처럼 민심의 이탈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미니 지방선거'는 트럼프 행정부의 실질적 영향력을 가늠할 첫 무대가 될 전망입니다. 투표는 버지니아·뉴저지 2개 주의 주지사 선거와 뉴욕, 애틀랜타, 디트로이트, 시애틀 등 대도시의 시장·시의원·교육위원 선출로 진행됩니다. 규모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보다 작지만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조기 평가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버지니아에서는 민주당의 애비게일 스판버거와 공화당의 윈섬 얼-시어스가 대결합니다. 뉴저지에서는 마이키 셰릴 민주당 후보와 잭 치아타렐리 공화당 후보가 맞붙습니다. 두 지역 모두 대통령 지지율과 경제 체감도가 표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됩니다. 해리 엔튼 <CNN> 데이터 분석가는 "이번 선거는 트럼프가 주 단위 정치에서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 검증하는 기회"라고 분석했습니다.
1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 뉴욕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가운데)가 뉴욕시 퀸즈 자치구에서 열린 선거 유세 행사에서 뉴욕시의 선출직 공무원들과 함께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오바마까지 지지한 맘다니의 반격…미국 민심 변화 '바로미터'
가장 큰 관심은 뉴욕시장 선거에 쏠리고 있습니다. 진보 성향의 조란 맘다니 후보가 우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든든한 우군으로 등판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맘다니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선거 캠페인이 인상적이었다며 당선된다면 조언자로 돕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지난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도 지난 9월 맘다니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화했습니다. 맘다니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 커티스 슬리워 공화당 후보 등과 맞붙게 됩니다. 지난달 30일 '에머슨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맘다니 후보는 51%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하며 쿠오모 전 주지사(25%)와 슬리워 후보(21%)를 두 배 이상 앞서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 후보를 '공산주의자'라고 부르며 노골적으로 비판해왔습니다. 이는 맘다니 후보가 트럼프 행정부의 복지 삭감, 이민 단속 강화, 연방-주 협력 약화 등을 비판하며 뉴욕시 차원에서 '연방정부의 간섭'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데 따른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뉴욕시가 트럼프식 국정 운영에 가장 명확히 도전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맘다니는 부유층 세금으로 새로운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약속하며 뉴욕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 확실해졌고, 트럼프는 연방 자금 지원을 끊는 등 '뉴욕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선언했다"며 "두 사람은 뉴욕을 무대이자 희생양 삼아 극적인 충돌을 벌일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중대한 의미를 갖습니다. 공화당은 경제 회복 성과와 '질서 회복'을 내세워 결집을 시도하고 있고, 민주당은 "권위주의적 행정과 사회 갈등의 악순환을 멈추자"며 반트럼프 연합 재구성을 시도합니다. 버지니아와 뉴저지의 주지사 선거는 각각 '나라 전체 방향성에 대한 판단'으로, 뉴욕시 시장 선거는 '도시 단위에서의 정책 방향 및 정당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선거의 결과가 공화당의 확장성 혹은 민주당의 반등 가능성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지지층 결집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권 운영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선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폴리티코>는 "이번 선거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 정치 시험대이자, 내년 중간선거의 예비전"이라며 "만약 버지니아와 뉴저지에서 공화당이 패한다면 트럼프의 정치적 독주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