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하 초읽기…향후 변수는 'FOMC 분열'

트럼프의 연준 흔드는 정치…내년 연준 독립성 시험대
올해 마지막 0.25%p 금리인하 무게…‘인하=회복’ 공식 흔들

입력 : 2025-12-08 오후 3:57:49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의 관심은 단순히 이번 금리 인하 여부보다는 내년 연준의 정책 방향이 어떻게 설정될지, 정치·인사 변수 속에서도 정책 독립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더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리 인하만으로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 부담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경고도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관세·이민 정책 강화, 공급망 혼란, 노동시장 변화 등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부담을 키우며 실물경제 전반에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페드워치, 금리인하 확률 86.2% 반영…연준 내부 긴장 '팽팽'
 
시장에서는 오는 10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정책금리가 3.50~3.75%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12월 기준금리의 0.25%포인트 인하 확률을 88.8%로 반영하고 있는데요. FOMC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연준 내부에서는 이례적으로 깊은 분열 조짐이 감지됩니다. 정책위원 12명 가운데 5명은 추가 완화에 부정적 또는 회의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와 정책 기조를 같이하는 위원들(스티븐 미란,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우먼)은 인하폭 확대 등 보다 공격적 조치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견은 이번 회의가 수년 만에 가장 논쟁적인 회의가 될 것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치적 변수도 커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압박을 지속하는 가운데 차기 연준 의장 유력 후보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사실상 지목한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해싯 위원장을 "잠재적 연준 의장"이라고 소개하며 임명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해싯 위원장 체제 출범 시 연준 내부의 이견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여기에 현재 연준 이사인 리사 쿡에 대한 해임 시도와 법적 다툼까지 병행되면서, 연준의 독립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실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공개석상에서 해싯 위원장(오른쪽)을 '잠재적 연준 의장'이라고 소개하며 임명 의사를 내비쳤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관세 여파 인플레 확대…트럼프 행정부 "바이든 행정부 탓"
 
이런 배경 속에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경기 회복'이라는 전통적 공식에 대한 신뢰가 점차 약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미국 경제의 비용 상승을 주도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입니다. 소비재·원자재·건축 자재 등 전방위적으로 가격 부담을 끌어올리며 주택건설비용과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불법 이민 단속 강화로 노동 공급이 줄어들자 농업·건설업 등 저숙련 산업을 중심으로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는 서비스 가격까지 끌어올리며 생활비 부담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즉시 물가를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거듭 주장합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CBS 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행정부가 초래한 문제이며, 서비스 인플레는 관세와 무관하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연준이 발표한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4월 2.3%에서 9월 2.8%로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단기적으로 휘발유·계란 가격은 하락했지만 전체 물가 흐름은 상승 압력이 더 뚜렷하다는 평가입니다.
 
"통화정책 한계 분명, 신뢰 회복이 관건"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만들어낸 비용 요인들이 통화정책 외부에서 발생한 구조적 리스크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합니다. 금리 인하의 수혜가 주로 자산을 보유한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에는 체감이 크지 않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연준의 최근 금융 안정성 보고서 역시 "무역 리스크가 일부 완화됐음에도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금융 시스템에 주요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고 경고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정치적 압력이 높아진 연준이 시장 기대대로 낮은 금리를 밀어붙일 경우 인플레이션 재확산·달러 약세·자본 배분 왜곡 등 장기적 혼란이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시장과 기업, 가계가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금리 인하가 아니라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제도적 신뢰 회복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독일 분데스방크의 요아힘 나겔 총재는 "미국 연준의 독립성 약화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랭샤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독립성이 흔들리면 금리 인하의 단기 효과조차 기대하기 어려우며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정치적 압력이나 인사 개입으로 연준이 정책의 독립성을 상실한다면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재확산, 통화 불안정, 자본시장 왜곡 등 정반대의 결과가 올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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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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