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금융권 국정감사 하이라이트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다.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실세 원장'으로 불리는데, 청문회도 없이 취임한 상태였다. 이후 이렇다 할 색깔을 드러나지 않아 베일에 싸여 있었는데, 이번 국감이 공식 데뷔전이 된 셈이다. 
 
 
국감에서는 전문성이나 정책에 대한 검증이 아니라 이 원장의 재산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가 과거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시절 "다주택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외쳤음에도 '강남 다주택자'였기 때문이다. 이 원장이 이끄는 금감원은 지금 다주택자 등을 상대로 강력한 대출 규제에 나선 상태다. 
 
이 원장은 강남 내 고가 주택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받자 "한두 달 내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자녀에게 양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아빠 찬스'라는 지적이 나오자 부랴부랴 입장을 바꿨다. 부동산 매물을 내놓는 과정에서도 시세보다 4억원이나 비싸게 내놓아 또다시 입도마에 올랐다. 
 
금감원장의 재산 처분 과정을 실시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은 국민으로서도 유쾌한 일이 아니다. 당국 안팎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재산 내역이나 처리 과정을 망신 주기식으로 공개했어야 했나라는 시각도 있다. 이 원장이 지난 8월 취임한 이후 다주택인 상황을 정리할 시간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주택을 처분했는지 아쉽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 원장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여야당 의원을 비롯해 대통령실 참모, 장관들이 상당수 강남 등 규제지역 주택을 갖고 있거나 다주택자이기 때문이다. 정면돌파를 선택해 주택을 곧바로 처분한 사람은 이 원장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주택 공직자들은 국민적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했지만, 뒷맛이 찜찜하다.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금융 관료들은 다시 한번 전방위 규제를 다짐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이 곧 실수요자를 위한 것"이라거나 "정책대출에 아직까지는 대출 규제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식의 발언이 그렇다. 
 
정부는 다주택자와 달리 1주택 실소유자를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책 번복이 도를 넘어섰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을 70%에서 40%로 강화한 지 열흘도 안 돼 대환대출에 한해 예외를 허용했다. 전세퇴거자금 대출과 규제지역 오피스텔도 처음엔 LTV 40%로 묶었다가 뒤늦게 70%를 유지하기로 했다. 
 
주택 소유와 대출을 죄악시하는 당국의 반(反)시장적 시각이 근본적 문제다. 서민들은 열심히 일해 소득 능력을 키우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게 목표다. 이런데도 당국은 공급 정책에는 눈을 감아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하더니 소득이 되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압박하고 있다. 
 
정부가 구체적인 비율을 대출 상한으로 제시하고 그 이상 넘어가면 100% 현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집값 상승이 아니라 소득 여력이 되는데도 왜 집을 구하지 못하도록 하느냐는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투자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다주택 자체에 있지 않다. 주택 한 채 처분했다고 국민적 눈높이를 맞춘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종용 금융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