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여권발 사법 개혁안의 핵심 축인 이른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추진 공식화 하루 만인 3일 다시 백지화되면서 '3대(사법·검찰·언론) 개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특히 사법개혁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공식 출범 날에 재판중지법 추진을 철회, 개혁 동력에 스스로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이에 따라 여권의 딜레마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TF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법 개혁 전선 확대 와중에…재판중지법 '제외'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TF'를 공식화했습니다. 그는 "전현희 단장을 중심으로 이뤄질 TF는 국민의 사법 신뢰를 다시 세우고 정의로운 나라로 나아가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를 집중적으로 공론화하고 토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재판, 인사, 예산, 행정 등 모든 권한이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만큼 제도 개선을 통해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이 사법개혁 TF의 방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대표는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 예산 권한을 분산하고 외부 참여자를 포함한 법원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사법 독립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우선 TF에서 법원행정처 폐지와 함께 국회가 추천한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를 검토합니다. 대법원장의 권한 집중을 해소하고 재판과 행정을 분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전날까지 이번 정기국회 내에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재판중지법'은 제외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 등 당 지도부 간담회를 통해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향해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마치 민주당이 재판 중지 추진을 스스로 하려고 해 국민의힘이 저러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다. 원인 제공이 국민의힘에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당 지도부를 통해 논의하고 대통령실과 조율을 거쳤다"고 덧붙였는데요.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호우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침에 여야 합의를 해 놓고 점심이 지나 손바닥 뒤집는 민주당"이라며 "대통령이든 정청래 대표든 누구든 책임 있는 사람이 이재명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검찰·언론 개혁에도 '악영향' 불가피
민주당은 사법 개혁뿐만 아니라 개혁 과제로 꼽은 검찰·언론 개혁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데요. 다만 연내 처리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애초 민주당의 이 같은 속도전은 개혁 동력이 높은 정권 초반 신속히 개혁 과제를 정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관련 내용을 세부적으로 조율하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검찰 개혁은 정부 검찰개혁추진단 논의를 통해 검찰청 폐지 후속 조치가 나오는 데로 보완수사권 존폐 등을 논의할 방침입니다. 또 지난 9월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내년 10월이면 수사와 기소를 함께했던 검찰청은 사라지고 법무부 산하 공소청과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신설될 예정입니다.
언론 개혁은 허위조작정보 근절, 방송 권력 구조 개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 등을 담은 법안이 지난 8월과 9월에 통과되면서 후속 논의를 이어갈 예정인데요.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 새롭게 공론화가 된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세부 내용으로 언론·유튜버 등에게 허위 조작 보도 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올해 정기국회 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목표입니다. 정 대표는 4일 오후 대전 한남대에서 당 교육연수국 등이 주최하는 특별강연에서도 당의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3대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앞서 '재판중지법'을 놓고 하루 만에 입장이 번복한 '정청래호'에 대한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이 강조한 3대 개혁의 동력마저 상실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요. 비록 해당 법안은 김용민 의원이 발의했으나, 정 대표가 당내에서 재추진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입장 번복의 파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