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AI 메모리’ 경쟁…‘커스텀 HBM’ 주목

HBM4부터 고객사 맞춤 기능 탑재
로직 공정 적용해 베이스 다이 변화
“HBM4E부터 커스텀 HBM 본격화”

입력 : 2025-11-04 오후 2:45:41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인공지능(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메모리 업계는 차세대 솔루션인 커스텀(맞춤형)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HBM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고객사의 요구 사항에 대응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6세대 HBM인 HBM4 양산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커스텀 HBM 주도권 선점에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부스에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 실물과 모형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HBM4 개발을 마치고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을 출하했습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AI 칩 ‘루빈’이 내년 출시되는 만큼 양산 준비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APEC CEO 서밋'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HBM4 샘플을 확보했으며 잘 작동하고 있다”며 “우리는 둘 다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5세대 HBM인 HBM3E는 SK하이닉스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HBM4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을 펼칠 전망입니다. 
 
특히 HBM4부터 베이스 다이(로직 다이)에 로직 공정이 적용되는 만큼, ‘커스텀 HBM’에 대한 업계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HBM4부터는 베이스 다이 위에 D램을 쌓게 됩니다. 베이스 다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직접 연결되는 HBM의 최하단부로, 중앙처리장치(CPU)처럼 HBM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고객사의 요구에 따른 맞춤형 기능을 넣는 로직 공정을 거쳐 전력 효율과 연산 능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기존 베이스 다이는 메모리의 동작을 제어하거나 데이터를 분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AI 열풍으로 GPU의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하면서, 베이스 다이의 성능 향상 필요성도 높아졌습니다. 이에 베이스 다이의 빈 공간에 연산 기능을 일부 탑재하면서 HBM의 성능이 대폭 향상됐고, 베이스 다이의 역할은 더욱 커졌습니다. 
 
특히 AI 열풍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의 AI 칩 생산에 나서면서, 고객사들의 칩에 최적화된 HBM 설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커스텀 HBM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HBM4부터는 로직에 고객 맞춤형 기능을 추가한 HBM 제작이 가능하다”며 “HBM4가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고 나면, 커스텀 HBM도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대전’을 찾은 관람객이 삼성전자의 HBM4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두 회사는 커스텀 HBM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SK AI 서밋 2025’에서 AI 시대 새 메모리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커스텀 HBM을 제시했습니다. 로직 다이에 GPU나 주문형반도체(ASIC)에 있는 일부 기능을 옮겨 연산 효율을 높이고, 전력 절감을 이루겠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커스텀 HBM도 HBM4 및 HBM4E 기반 과제로 복수의 고객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HBM4 양산과 함께 고객사별 커스텀 HBM도 함께 개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베이스 다이에서 두 회사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 사업부의 시너지를 내고, SK하이닉스는 TSMC와 협업을 이뤄 대응에 나서는 식입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4나노 공정에서 베이스 다이를 생산하고, SK하이닉스는 대만 TSMC의 12나노 공정에서 위탁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베이스 다이에 로직 공정이 적용되면서, 베이스 다이는 향후 GPU나 ASIC의 기능을 넣기 위한 교두보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며 “커스텀 HBM은 HBM4에서 포문을 열고, HBM4E부터 더 확산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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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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