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우 실장 "내러티브의 힘으로 지스타 키울게요"

지스타 2025 실무 담당자 인터뷰
최정상급 개발자 대거 컨퍼런스 참여…서사 주제로 대담 형식 도입
"밤새 게임 깨고 개발자에 손편지 줘"…영화·웹툰·애니 연사 저변 확대

입력 : 2025-11-04 오후 4:04:34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국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5'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간 "국제 게임쇼가 아니다"라는 쓴소리를 들었던 이 행사는 올해 블리자드·세가·아틀러스·워호스·반다이남코 등 해외 유명 게임사들의 부스 참여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례적으로 해외 게임사들이 대거 부산을 찾는 배경엔 지스타 게임 컨퍼런스 'G-CON'이 있습니다. 지스타조직위원회는 개발자들이 주제별로 발표하고 마는 방식을 버리고, 내러티브(서사)를 주제로 대담하는 형식을 택했습니다. 무대엔 JRPG의 창시자이자 거장으로 꼽히는 호리이 유지, '클레르 옵스퀴르: 33원정대'의 수석 작가 제니퍼 스베드버그-옌 등 지스타를 빛낼 스타들이 오를 예정인데요.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4 주요 행사 'G-CON'에 관객이 가득 차 있다. (사진=지스타조직위원회)
 
세계 곳곳 찾아 섭외 진땀
 
지스타 실무를 이끄는 정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전시운영실장은 지난달 31일 강남 사무실에서 "그래픽이 아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게임성만으로도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기에 내러티브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존 방식대로라면 각자의 게임에 대한 이야기만 하다 끝났겠지만, 제니퍼 스베드버그-옌 작가와 '디스코 엘리시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로버트 쿠르비츠의 대담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세우게 돼, 청중은 어디서도 다루지 못한 것에 대한 영감을 가져갈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지스타는 세계 양대 게임쇼인 독일 게임스컴과 일본 도쿄 게임쇼에 비해 규모와 참가사 면에서 국제 게임쇼 위상엔 맞지 않다는 얘길 들어왔습니다. 대작을 만드는 일본과 서구권 회사들은 주로 콘솔 게임을 만드는 데 반해, 한국은 PC온라인·모바일 게임 위주 시장이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 실장은 해외 주요 컨퍼런스를 찾아가며 유명 개발자에게 손편지를 쥐어주는 식으로 연사를 섭외했습니다. 게임사 로고 색에 맞춰 편지지와 봉투를 고르고, 썼다 구긴 편지지로 방을 채웠습니다. 
 
이렇게 섭외에 성공한 대표 사례는 2024년 액션 게임 '마블 스파이더맨' 제작진입니다. 2019년엔 크로아티아에서 손편지를 받은 '엘든링' 개발자 미야자키 히데타카 프롬소프트웨어 대표가 정 실장에게 명함을 건네 여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 사이 콘솔 불모지인 한국에서 시장 확대 신호가 켜졌습니다. 2023년부터 한국 콘솔 게임이 수백만장 팔리며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겁니다. 
 
정 실장은 "한국이 어느 순간 콘솔에 대한 장악력이 높아질거고 그 시작이 네오위즈(095660) 'P의 거짓'이라고 생각했다"며 "시프트업(462870) '스텔라 블레이드'와 넥슨 '퍼스트 버서커: 카잔' 등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콘솔 비중 확대가 예상돼, 적어도 발은 걸쳐놓기로 했다"고 돌아봤습니다. 
 
당장은 한국의 시장성 때문에 부스 마련이 어렵지만, 주요 개발자를 연사로 데려오면 그들이 지스타 현장을 둘러보며 이 게임쇼의 가치를 알아줄 거라고 기대한 겁니다. 
 
지스타 2024 행사가 열린 부산 벡스코가 인파로 가득하다. (사진=지스타조직위원회)
 
작품에 대한 진심이 돌파구
 
중요한 건 게임에 대한 진심과 간절함을 전달하는 겁니다. 그게 담긴 편지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정 실장은 "짝사랑에게 고백 문자 보내고 답장 받는 느낌"이라며 "요즘 '고스트 오브 요테이'를 열심히 하는데, 만일 제작사 서커펀치 스튜디오를 섭외한다면 밤새워 콘텐츠를 100% 즐긴 뒤, 게임을 한 사람만 알 수 있는 아젠다를 갖고 연락하는 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은 올해 G-CON에 연사로 참여하는 기업이 직접 부스도 세우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대표 사례가 '킹덤 컴: 딜리버런스 II'를 만든 체코 회사 워호스로, 지스타 참가는 올해가 처음입니다. 
 
정 실장은 어린 시절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를 잡던 손으로, 지금은 세계 최정상급 게임 감독들과 채팅하고 있습니다.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상호작용 서사'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각오로 내년에도 내러티브를 구심점 삼아 G-CON 무대를 꾸밀 계획입니다. 
 
지스타조직위는 지스타를 진정한 국제 게임쇼로 만들어, 'Expand Your Horizons(당신의 지평선을 넓혀라)'라는 구호를 의미 있게 만들어가려 합니다. 올해도 게임뿐 아니라 영화·웹툰·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의 대담을 준비해 내러티브의 지평을 넓힙니다. 
 
정 실장은 "처음 지스타 업무를 맡은 2014년에 호리이 유지를 데려온다고 말했다면 미쳤단 소릴 들었을 것"이라며 "열심히, 그리고 작년보다 많이 준비했구나라는 반응을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최사가 주도하는 콘텐츠 확대가 중요한데, 올해가 대단히 중요한 기점"이라며 "많은 비판을 해주시면 저희가 내년 지스타를 준비할 때 더 멋진 퍼포먼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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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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