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정부는 미국이 한국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숙원 사업이 30년 만에 추진될 가능성이 생긴건데요. 이에 남북 간 '핵잠' 경쟁도 본격화할 조짐입니다. 최근엔 일본까지 핵잠수함 건조 요구에 가세하며 동북아시아(동북아) 국가들의 군비경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동북아 안보' 지형 격변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중국과 관계 역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미, 핵잠 건조 추진 재확인…북, 능력은 '초기 단계'
 
4일 국방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추진에 대한 내용을 논의했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안보협의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다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한 결단을 요구한 바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미 군사 동맹이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한국이 구식 디젤 추진 잠수함이 아닌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부는 미국 측과 협의를 통해 원자력잠수함(원잠) 연료를 확보, 2020년대 후반 건조 단계까지 진입하면 2030년대 중후반엔 선도함 진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정부가 핵잠수함을 건조, 실전 배치까지 완료하면 핵잠수함을 가진 7번째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유엔(UN)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을 비롯 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인도가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선도함 진수 이후 후속함 건조 계획과 관련 예산도 검토 중입니다.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추진에 가능성에 따라 북한도 핵잠수함 등 관련 기술의 개발 속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은 지난 2014년 3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SB) 플랫폼 잠수함 진수를 시작으로 핵잠수함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21년 8차 당대회에선 핵잠수함이 국가방위력의 핵심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3년 9월엔 전술핵 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 1호'를 진수했지만 실전 운영 정황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올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을 과시하며 핵잠수함 개발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 3월엔 5000톤(t)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잠수함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1호' 진수식을 가졌습니다. 현재 북한은 개조형 잠수함 개발과 소형 원자로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의 핵추진 원자로를 탑재한 잠수함 개발 능력은 초기 단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대통령실 제공.뉴시스)
 
 
 
 
3강 군비 경쟁 심화…내년 한·중 회담 핵심 의제
 
반면 우리 정부는 이미 소형 원자로 능력과 관련 기술 기반을 갖췄습니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군사기술 협력을 뒷받침하고 있어 '핵잠수함 경쟁'을 통해 새로운 냉전의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역시 최근 핵실험을 시사, 3강의 군비경쟁이 본격화됐습니다. 특히 미·중·러 경쟁 심화는 동북아 국가들의 군비경쟁도 부추기고 있는데요. 3강 경쟁 속 한국은 핵잠수함 확보로 대북 억지력 강화를 모색하겠다는 겁니다. 
 
호주 역시 미국과 지난 2021년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안보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관련 기술을 이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진 대중 등 견제 부담을 한국 등 동맹국과 분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일본까지 핵잠수함 건조 요구에 가세했는데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21일 취임과 동시에 핵잠수함 도입을 국방 분야 주요 정책으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대중 견제의 목적으로 한국에 이어 일본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동북아 안보 환경도 격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동북아를 비롯한 우리나라에 핵잠수함 도입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주변국과 외교적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잠수함 (추진을) 발표한 시점에서 조금 더 그에 상응하는 준비와 대비를 해야겠다며 중국과 미국을 설득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핵잠수함 추진은 중국과 관계 복원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30일 "한국과 미국은 핵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앞으로 핵잠수함 도입과 건조 문제는 한·중 간 주요 의제로 선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4월 방중과 맞물려 이 대통령도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인데요.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은 한·중 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안보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향후 중국 등 여러 국가와의 논의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