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투자가 폭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확산세인 가운데,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까지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낸드를 생산하는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공급 부족이 2026년 이후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가격 상승 가능성도 커지면서, 낸드 시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사진=삼성전자)
메모리 수요가 낸드까지 이어지면서 제조사들의 실적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전문 업체인 샌디스크는 지난 6일(현지시각)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23억1000만달러(약 3조3700억원)를 기록해 전 분기 대비 21%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샌디스크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낸드 수요가 2027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데이비드 게클러 샌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실적은 시장 전반의 수요 증가가 두드러지는 환경에서 샌디스크의 탄탄한 실행력을 보여준다”며 “1분기에도 낸드 수요가 공급을 상회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2026년 말과 그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세계 낸드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국내 반도체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당사의 투자와 설비투자 확대 계획을 감안하더라도, 고객 수요가 이를 초과해 공급 가용량이 수요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SK하이닉스도 “당사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D램과 낸드 전 제품에 대해 내년까지 고객 수요를 모두 확보”한 상태입니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2022년 이후 ‘공급 과잉’으로 장기 침체를 겪은 낸드 시장이 부활한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에서 고사양 낸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큽니다. AI는 저장된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불러올 수 있어야 하는데, 낸드는 기존 저장장치인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보다 읽기 속도가 훨씬 빠른 탓에 수요 급증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공급 부족은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모든 품목의 낸드 플래시 계약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 4분기에는 평균 5~10% 상승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AI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견고해진 만큼, 낸드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유봉영 한양대학교 재료화학과 교수는 “낸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스토리지(저장장치) 수요가 계속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D램과 함께 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 반도체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사이클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이 수년은 더 갈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