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블랙홀'…정점에 '사법 정치화'

연말 정국 집어삼킨 '항소 포기 사태'
사법 정치화 근절에 달린 '개혁 성패'

입력 : 2025-11-11 오후 6:11:12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장동'이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습니다.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 사태가 발발하면서 연말 정국이 이른바 '대장동 블랙홀'에 빠져드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대장동 사태의 정점엔 '사법의 정치화' 문제가 있습니다. 대법원과 검찰 등 사정 당국이 정치적 행위자로의 힘을 적극 행사하면서 사법의 정치화가 이젠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사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 재판에 나서는 판사의 이념 성향을 알아보는 게 일상화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사법의 정치화를 차단해야 현 정치 풍토도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사법 개혁의 성패 또한 사법의 정치화 근절 여부에 달렸습니다. 
 
국민의힘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및 의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규탄대회를 마친 뒤 항의 방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정부는 공범"…대검·법무부서 공세 수위 높인 '국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11일 오전 대검찰청(대검)에 이어 오후엔 법무부를 잇달아 찾아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를 매개로 한 대여 투쟁에 당력을 집중했습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한 국민의힘은 이제 이재명 대통령을 '대장동 공범', '항소 포기의 몸통'으로 몰면서 공세 수위를 높였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앞에서 "엉망으로 망가지는 대한민국을 구하는 방법은 단 하나, 이재명을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이라며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진상규명을 하고) 이재명을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여당을 상대로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12일에는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당직자, 당원 등을 총집결해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 계획입니다. 
 
반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검찰의 기소 자체를 '조작'으로 규정하면서 검사들의 항소 포기 반발도 '항명'으로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의 '조작 기소'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실의 경우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철저히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대통령실은 입장이 없다"고 재확인했습니다. 이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 사태를 일으킨 외압의 당사자로 정성호 장관과 대통령실을 지목하면서 예산안 심의가 한창 진행 중인 국회에서 여야 대립각도 더욱 격화될 전망입니다. 사실상 '대장동 블랙홀'이 연말 예산 정국을 집어삼키는 형국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사법당국에 넘어간 '정치적 결정권'…"개혁 입법으로 차단해야"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계기로 일어난 검사들의 집단 반발, 이른바 '검란'은 2021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불거졌는데요. 첫 검란은 2003년 3월 노무현정부 때였습니다. 당시 검찰 수뇌부의 인적 청산에 평검사들이 집단으로 반발했습니다. 이후 2005년 5월엔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소집되며 검찰의 수사권 축소에도 집단 성명을 냈습니다. 
 
이명박정부 때인 2011년 6월에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 평검사들이 반발한 바 있습니다. 이어 2012년 11월에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뇌물 수사를 받던 부장검사에게 언론 대응 방법을 조언했다는 이유로 최재경 대검 중앙수사부장에 대한 공개 감찰을 지시하면서 검사들이 한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 10월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내부 게시판에서 자신을 비판한 검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개 저격'하면서 검사들의 반발이 일었습니다. 
 
역대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적은 총 4번 있었습니다. 노무현정부 시절 천정배 장관이 1차례, 문재인정부 때 추미애 장관이 2차례, 박범계 장관이 1차례 발동했습니다. 일각에선 정 장관이 '항소 포기'와 관련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 사태의 정점엔 사법의 정치화 문제가 있습니다. 정치권이 문제 해결의 결정권을 사법 당국에 넘겨주면서, 사법 당국이 정치적 행위자로서의 최종 권한을 가지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씨가 대통령이 되면서 사법의 정치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어 윤씨에 대한 탄핵 심판,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사법의 정치화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정치적 행위자로 부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보수와 진보 진영의 문제가 아닌 한국 정치의 근본적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각종 쟁점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사법적 판단에 맡기다 보니 사법의 정치화 현상이 더욱 극심해졌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양 진영의 강성 지지층이 각 당의 의사를 쥐고 흔드는 것도 정치적 타협을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강성 지지층이 상대 당과의 타협을 야합으로 본 결과, 여야가 타협할 공간이 작아졌다는 겁니다. 
 
결국 정치권에서도 사법의 정치화를 근절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최근 정부와 여당이 검찰·사법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혁 입법의 세부 내용도 사법의 정치화를 차단하는 데 방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인데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대법원 판결 이후 재판소원으로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은 사법의 정치화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란 주장도 나옵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사법의 정치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법이 좌우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국 여당이 야당에 (개혁 입법안)을 어떻게 논의해야 할지 물어보면서 타협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여론도 형성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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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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