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버핏의 작별인사와 버크셔의 구글 매수

버핏 마지막 주주서한 발송…후임자 신뢰할 때까지 버크셔 A주 보유
또다른 구루 세스 클라만, 버거킹·팀홀튼 투자기업 ‘QSR’ 대량 매수

입력 : 2025-11-2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투자의 대가이자 구루(Guru)인 워렌 버핏이 마지막 주주서한을 발송했습니다. 올해 5월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은퇴를 공식 선언한 그가 매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빌어 마침내 공식적인 작별인사를 전한 것입니다. 
 
버핏은 자신을 대신할 버크셔 헤서웨이의 새 수장 그렉 아벨에 대한 신뢰를 부탁하며, 새 CEO가 주주들로부터 믿음을 얻기 전까지는 버크셔 헤서웨이 A주(보통주)를 팔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 말인즉 앞으로도 계속 대주주로 남아 있을 테니 버핏의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매년 주총장에서 그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하지만 연차보고서나 주총장에서의 공식 행사 등을 통해 특유의 촌철살인을 접할 기회는 없을 겁니다. 
 
버핏은 주주서한에서 자신의 투자 일생을 되돌아보며 오마하에서 만났던 주변의 인물들에 대한 고마움을 강조했습니다. “청소부도 회장도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말은 지구에서 가장 부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버핏의 수십 년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그게 진심이란 걸 알 것입니다.
 
버크셔가 구글을 매수해?
 
버핏의 퇴장과 함께 버크셔 헤서웨이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미국 기관투자자들의 매매 내용을 엿볼 수 있는 13F 보고서에 버크셔 헤서웨이가 3분기 중 구글(알파벳A, 종목기호 GOOGL) 주식을 매수했다는 내용이 뜬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 헤서웨이는 지난 3분기 알파벳A를 1784만주 매수했습니다. 구글 전체 발행주식의 0.15%에 불과하지만 금액으론 무려 43억3839만달러 규모입니다. 버크셔 헤서웨이 포트폴리오 내에선 1.62% 비중을 차지하며 단숨에 10위에 올랐습니다. 버크셔 헤서웨이가 구글을 매수했다는 소식에 주가도 뛰어 버크셔 헤서웨이의 보유 평가액은 이미 5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번 분기에도 애플(AAPL)과 뱅크오브아메리카(BAC) 등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한 버크셔 헤서웨이가 구글을 매수했는데 화제가 되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특히 성장주 투자를 꺼리는 투자회사가 대표적인 성장주에 투자한 것이다 보니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물론 버크셔 헤서웨이의 성장주 투자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계속해서 주식을 팔아치우는 데도 버크셔 헤서웨이의 포트폴리오 1위 종목은 여전히 애플이니까요. 다만 애플 투자를 결정할 당시에도 버핏은 애플을 성장 기술주라기보다 엄청난 현금흐름을 창출하면서 배당하는 수익성 높은 기업으로 바라봤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번에도 구글의 놀라운 수익성과 현금창출 능력에 꽂혔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AP/뉴시스)
 
세스클라만, 퀵레스토랑 투자 …버핏과 ‘겹치네’
 
버핏이 떠난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 성적은 몇 년 지나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전 세계 투자자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투자 성적과 뛰어난 혜안, 어지러운 시장에서 길잡이가 되어줄 구루를 잃는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엔 여전히 버핏에 견줄 만한 구루들이 남아 있습니다. 헤지펀드그룹 바우포스트를 이끄는 세스 클라만도 그 중 한 사람인데요. 버핏보다 보수적인 가치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투자자들의 필독서이지만 미국 현지에서 절판됐을 뿐 아니라 국내 번역본이 출간되지 않아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책 『안전마진』의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버핏조차 “그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레터를 가장 먼저 챙겨본다”라고 말할 만큼 널리 신뢰를 얻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13F 보고서엔 바우포스트의 주식 투자 내역도 공개돼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바우포스트는 3분기에 레스토랑브랜즈인터내셔널(QSR)을 420만주 이상 매수해 포트폴리오 내 보유 비중을 6.50%에서 11.05%로 대폭 늘렸습니다. 이번 매수로 바우포스트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이 됐습니다. 
 
QSR은 커피와 음료, 간단한 조리 음식을 제공하는 퀵서비스 레스토랑 업체들을 거느린 기업입니다. 버거킹, 팀홀튼, 파파이스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한 브랜드와 루이지애나키친(PLK), 파이어하우스서브(FHS), 인터내셔널(INTL)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애플이나 엔비디아처럼 가파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아니지만 매 분기, 매년 조금씩 실적을 늘려가는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에서 어떤 장점을 봤기에 지분을 대량으로 추가 매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반대로 가치투자의 대가가 대량 매수한 종목이란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가질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바우포스트가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싣고 있는 종목도 구글이란 사실입니다. 바우포스트는 버크셔와 달리 알파벳C주(GOOG)로 보유 중입니다. 이번 분기에 77만주를 매도해 보유수량을 185만주로 줄였으나 아직은 비중 2위 종목입니다. 
 
또 버핏이 과거 대규모로 투자했었던 철도회사 유니온퍼시픽(UNP) 주식 149만주를 바우포스트가 3분기에 신규 매수해 보고서에 등장했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바우포스트 포트폴리오 순위로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7.38% 비중을 담았으니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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