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1차 협력사가 올해 부담해야 할 대미 관세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현대모비스가 숨통을 틔게 됐습니다. 줄어든 관세 부담을 연구개발과 사업 확장에 더 집중해 현대차와 기아 등 그룹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고객사 다변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입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 4월 서울 모빌리티쇼에서 특수 주행이 가능한 ‘모비온’을 전시한 모습. (사진=현대모비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1차 협력사들이 올해 부담해야 할 대미 관세를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주요 협력사들은 관세로 지출했어야 할 비용을 연구개발 투자에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연구개발(R&D)에 2조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전기차, 인포테인먼트 등 미래 핵심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입니다. 현대모비스의 연구개발비는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2021년 1조1000억원 수준이었던 연구개발비가 불과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현대모비스가 기술 투자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부품업계의 경쟁 구도 자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차는 부품 숫자가 30~40% 가량 줄어듭니다. 엔진과 변속기 등 복잡한 기계 부품들이 사라지면서 전체 부품 수가 크게 감소하는 것입니다. 부품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사업 기회가 축소되는 셈이어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 등 그룹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았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그룹 내 완성차 업체들로부터 얻어왔던 만큼 안정적인 수주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있어왔습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지난 3월12일 열린 현대모비스 비전 선포식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비전과 핵심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특히 전기차 전환으로 부품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계열사에만 의존할 경우 해당 완성차 업체의 실적에 따라 부품사의 매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고객사 다변화는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됐습니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전기차용 부품과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IVI)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군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업체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들 부품은 전기차 시대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며 기술력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분야입니다. 특히 ADAS와 IVI는 소프트웨어 비중이 높아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현대모비스는 이들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를 비롯해 파리모터쇼, 상하이모터쇼 등 주요 국제 행사에 참가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신기술을 선보이고 잠재 고객사들과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거래선을 확보할 경우 사업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기술력도 한층 더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지난 정기주주총회에서 “2033년까지 글로벌 고객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이어 “전동화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