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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7일 16:3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금융당국의 발행어음 인가 심사가 지연되면서 신규 진출을 준비하는 증권사들이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당초 시장에선 이달 중 신규 발행어음 인가 절차가가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심사 지연으로 자칫 인가가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론 없이 끝난 발행어음 신규 인가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 정례회의에서 신규 발행어음 추가 인가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당초 인가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신규 발행어음 인가를 공식화하고 현재 관련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3일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인가 증권사로
미래에셋증권(037620)과 한국투자증권을 선정하고 발행어음 인가 초대형IB로
키움증권(039490)을 선정한 바 있다.
이번 증선위에서 인가가 가장 유력했던 곳은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었다. 두 곳 모두 현장조사를 마친 상태로 심사만 남겨둔 상태였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금융 상품이다. 신규 인가 이전 기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만이 가능했다.
당초 시장에선 11월 중 발행어음 신규 인가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당국 심사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결국 신규 심사의 마무리는 연말까지 미뤄지게 됐다. 결과적으로 막바지 IMA 인가 신청을 진행한
NH투자증권(005940)과 발행어음 인가를 준비 중인
삼성증권(016360),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올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기가 어려워졌다.
마지막 순번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긴장 끈 못 놓아
경쟁 증권사의 발행어음 인가를 가장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는 곳은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다. 이 두 곳은 지난 25일에서야 사업 인가를 위한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를 진행을 마쳤다. 발행어음 인가는 △신청서 접수 △외평위 심사 △현장 실사 △증선위 심의 △금융위원회 최종 의결 순으로 진행된다. 현재 신규 발행어음 진출을 선언한 증권사들 중에서는 가장 늦은 순번이라 자칫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메리츠증권, 삼성증권)
삼성증권은 올해 초 금융당국이 신규 발행어음 인가 계획을 밝힐 때부터 가장 유력한 것으로 거론됐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해 초대형IB로 지정됐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발목을 잡으며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지 못했다. 이후 올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마무리되면서 인가 추진 탄력을 받았다.
심사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삼성증권 인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심사가 예상보다 지연되는 데다 경쟁사 인가가 속속 진행되면서 불안감이 커졌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은 심사에 앞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조달 계획을 밝혔다. 규모는 5000억원 수준으로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7조70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난다. 덕분에 일각에선 IMA 진출을 노린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 지적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인 행보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사실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은 발행어음 인가 증권사 중 가장 큰 규모인 7조2000억원 수준이다. 내년 신규 IMA 인가의 경우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후 2년 이상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만큼 메리츠증권에 IMA 인가는 아직 먼 이야기다. 이에 모험자본 투자가 가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고 봐야 합리적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후발주자 간 신경전…발행어음 인가 기대감 커
다소 지연되기는 했지만 신규 인가 증권사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시장을 두고 신경전이 시작된 분위기다. 후발주자들은 발행어음 인가를 통한 사세 확대를 꿈꾸고 있다. 반면 대형사들은 신규 진입 증권사들이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신경전 배경으론 발행어음 제도 도입 이후 예상되는 양극화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발행어음 제도 도입 이후 발행어음 인가 증권사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면서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빈부격차가 확대됐다.
증권사 간 신경전은 특히 운용능력과 법적리스크 부문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금융지주 증권사 입장에선 그간 지주의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진행하지 못했던 신규 출자와 투자사업이 이번 발행어음을 통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회사 간 조직 운영 차이를 근거로 발행어음 인가 이후 우위를 주장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IMA 인가 증권사에 대한 질투 섞인 반응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발행어음 제도 도입 이후 대규모 자금 조달과 과감한 딜 주관으로 사세를 키운 한국투자증권의 과도한 레버리지 활용을 우려하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물론 실적은 개별 증권사 능력이지만, 발행어음을 통해 확보한 자금도 무시 못 한다"라며 "증권사 입장에서 발행어음 인가가 절실한 이유"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