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지중해식 식단, 노인에 더 좋은 이유

9만 5천여 명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
서구식 식단, 염증성 변비 위험 높여

입력 : 2025-11-28 오전 10:27:16
노년층에서 흔해지는 만성 변비를 지중해식·식물성 식단이 뚜렷하게 낮춘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동안 변비 예방의 핵심으로 알려진 ‘식이섬유 섭취량’이 아니라, 식단의 전체적인 질과 패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입증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브리검여성병원(Mass General Brigham)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 Gastroenterology> 12월호에 발표한 연구에서 “건강한 식단은 심장과 뇌뿐 아니라 장에도 결정적 이익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미국의 3대 장기 추적조사(Nurses’ Health Study, Nurses’ Health Study II, Health Professionals Follow-up Study)에 참여한 9만 5917명(평균 60~78세)의 중년 및 노년층을 2~4년간 관찰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변비가 발생한 사람은 7519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 장은 나이가 들수록 식단에 더 민감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연 행사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시니어용 운동 기구를 체험하고 있다.
 
“지중해식·식물성, 변비 16~20% 감소”
 
분석 결과, 지중해식 식단을 가장 충실히 따른 집단은 만성 변비 위험이 16% 감소, 식물성 식단 점수가 높은 집단은 20% 감소했습니다. 반대로, 서구식 식단을 많이 먹는 사람은 변비 위험이 22% 증가했고, 염증성 식단(EDIP, Empirical Dietary Inflammatory Pattern)을 따르는 사람은 24% 증가했습니다. 특히 이 효과는 총 섬유질 섭취량을 통제해도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섬유질의 양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카일 스톨러 MGH 소화기내과 교수는 “건강한 식단은 노화에 따라 약해지는 장 기능을 보완해 준다. 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변비 예방 효과도 명확히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상식을 뒤집습니다. 변비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섬유질 많은 음식’으로 알려졌지만, 연구팀은 식단의 질이 장내 미생물군의 구조를 바꾸며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중해식 식단과 식물성 식단의 공통점은 우선 토마토, 브로콜리, 시금치, 단호박, 견과류, 올리브유 등 항염증 식재료가 풍부합니다. 또한 식물 다당류 분해를 분해하고 장내 유익균의 증가를 가져와 장내 미생물군이 개선됩니다. 이번 연구진은 견과류와 토마토, 잎채소가 위험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데, 과일은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변비 위험을 높인 식단은 붉은 육류, 가공육, 정제 탄수화물, 튀김류, 당분이 많은 음료 등 서구식 식단과 설탕 음료, 가공식품, 인스턴트 식품, 정제 곡물 등 염증성 식단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식단들은 장내 염증을 높여 장운동을 지연시킨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노인의 20~30%가 만성 변비로 고통받고 있다. 식단 개선은 변비 문제의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다.(이미지=Gemini 생성)
 
연구진은 저탄수화물 식단은 변비 위험 감소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줄여 하루 섭취량이 50~129g 수준이 되면 오히려 변비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극단적 저탄수화물 식단에서도 섬유질을 충분히 보충하지 않으면 변비가 흔한 부작용으로 보고됩니다. 연구진은 “일상적인 저탄수화물 식단은 변비 예방 효과가 미약하며, 지나친 제한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식단 전체의 질 개선이 중요
 
이번 연구는 노년층 변비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식단 패턴’의 선택과 습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스톨러 교수는 “섬유질 보충제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식단 전체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채소·견과류·건강한 지방을 늘리고, 가공식품·단 음료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변비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이 제안한 변비 예방 위한 실천 수칙은 ▲매 끼니 두 줌 이상의 채소 ▲토마토·브로콜리·시금치·단호박 등 섭취 ▲견과류 하루 한 줌 ▲올리브유로 요리 ▲가공식품 최소화 ▲극단적 저탄수화물 식단은 피할 것 등입니다.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의 20~30%가 만성 변비로 고통받습니다. 이번 연구는 중년층이나 노년층에서의 변비가 단순한 배변 문제가 아니라, 장내 염증·미생물·대사 기능과 직결된 전신 건강의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지중해식과 식물성 식단은 노화한 장의 기능을 보완해 주는 가장 간단하고 강력한 생활 습관”이라는 연구진의 결론에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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