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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8일 14:4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비보존 제약(082800)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납입이 이뤄지면 관계사인 비보존에 만기가 임박한 전환사채(CB)를 일시 상환하고, 그 이후 비보존이 메리츠증권에 발행한 전환사채를 일시 상환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요청으로 유증 일정 자체가 기약 없이 밀려나 버리며 두 회사의 순차적인 CB 상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비보존이 메리츠증권에 발행한 전환사채 담보로 비보존제약 주식의 약 10%에 달하는 물량이 묶여 있는 상태다. 이에 비보존제약의 입장에선 예기치 못한 유증 지연 이슈가 오버행 리스크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비보존 제약 홈페이지)
15회 CB 상환 지연 불가피…채권자 비보존과 만기 조정 협의 예정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보존제약은 이달 10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 공모 관련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비보존제약이 지난달 13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사측은 정정제출 요구에 따른 정정신고서와 자진정정에 의한 정정공시를 올린 것이다.
증권신고서에 대한 심사결과 정정신고서 제출이 요구되는 경우 해당 증권신고서는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며, 그 효력이 정지된다. 이에 따라 증권 발행과 관련한 전반적인 일정은 지연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비보존제약의 유증 주금 납입일은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기재된 12월29일에서 내년 1월13일로 한 차례 지연되더니, 최근 정정공시에선 2월5일까지 밀려나게 됐다.
비보존제약은 500억 규모의 발행총액 중 258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230억원은 15회차 CB 상환대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권면총액 200억원 규모의 해당 CB는 지난 2020년 1월 전액 비상장 계열사 비보존을 상대로 발행됐다.
15회차 CB의 표면금리는 연 2%, 만기보장수익률은 연 4%(3개월 복리)로 만기일은 2026년 1월31일이다. 사채권자가 만기까지 보유하고 있는 사채의 원금에 대해서는 비보존제약이 권면금액의 만기보장수익률 113.4867%에 해당하는 227억원 가량을 일시상환해야 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유동비율이 48.96%에 그치고 있는 비보존제약의 입장에서 227억원에 달하는 상환금액은 유증을 통한 자금 조달이 없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구체적으로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현금및현금성자산 20억원과 단기금융상품 20억원 등 총 40억원 가량이 전부다. 그렇지만 유증 일정 지연으로 15회차 CB의 만기일 이후 공모자금 납입이 이뤄지는 게 거의 확실시된 상황.
다만 채권자인 비보존은 비보존제약의 비상장 관계사다. 9월30일 기준 비보존제약이 비보존 지분 24.01%를 보유해 최대주주 지위에 있으며, 비보존은 비보존제약 지분 10.07%를 보유하는 상호출자 관계에 놓여있다. 이에 따라 비보존제약은 채권자인 비보존과 만기연장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CB 상환 연쇄 지연 시 담보 묶인 10% 물량 오버행 우려
문제는 비보존 쪽 사정이다. 비보존제약이 비보존에 15회차 CB를 상환하고 나면 비보존은 지난 2023년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발행했던 60억원 규모의 5회차 CB를 전액 상환할 예정이다.
해당 CB의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15%다. 이에 비보존은 사채만기일은 2026년 1월26일까지 사채 권면총액의 155.5454%에 해당하는 90억원가량을 일시상환해야 한다.
그런데 비보존은 해당 CB의 원리금 상환채무 및 관련 모든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사채권자에게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비보존제약 보통주, 비보존제약 15회 CB 등을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이미 해당 CB 만기일 이전에 선행돼야 하는 비보존제약 15회 CB 상환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담보로 제공된 자산에 관심이 쏠린다. 담보로 설정돼 있는 비보존제약 보통주는 457만9228주인데, 이는 올해 9월30일 기준 비보존제약의 발행주식총수 5010만4666주의 9.1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비보존이 만기일에 상환 못 할 경우 메리츠증권에 의한 담보권 행사 및 담보자산 대량 매도 가능성이 존재한다.
비보존제약의 15회차 CB 상환 선행 여부를 차치하고 비보존의 3분기 말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7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은 165억원으로 집계되며, 동일 시점 유동차입금은 1000만원에 그치고 있다. 다만 119억원 규모의 정기예적금 자산이 수협 제3자 여신담보제공으로 묶여있어 사용이 제한된 상태다. 즉, 보유 현금성 자산은 111억원 남짓.
여기에 더해 비보존은 지난 2022년 174억원, 2023년 119억원, 2024년 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고, 같은 기간 영업활동으로 연평균 103억원 가량의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90억원 규모의 사채 일시상환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아보인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로는 108억원의 순손실과 71억원 규모의 영업현금 유출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비보존제약 측에 정정신고서 제출 이후 진행 현황과 비보존 5회차 CB 상환 관련 채권자와 협의 여부를 묻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