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신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23년 10월7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48·49대 국방부 장관 이·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국군심리전단이 지난 2023년 10월부터 대북 전단을 몰래 보냈다는 증언이 1일 <한겨레> 보도를 통해 전해지면서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대북 전단 살포를 지시했거나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신 전 장관은 2023년 10월7일 장관에 취임했고, 취임 일성으로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겠다'는 의미로 '즉·강·끝'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심리전단이 대북 전단을 북한으로 날려 보내기 시작한 게 신 전 장관 취임 직후부터입니다.
신 전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이른바 '계엄 여건 조성 작전'을 구상하고 실행했던 것 아니냐는 게 군 일각에서 나온 의혹입니다. 북한을 자극해 도발하게 만들고 이를 빌미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게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에 대해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작전과 관련된 사항은 보안으로 분류돼 있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며 "필요한 사항들은 특검 수사나 이런 곳에서 확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한겨레> 보도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는 질문에 "작전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리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그것이 맞다, 틀리다 등도 확인해 드리기 어렵고, 그 병사의 주장으로 생각하시면…"이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앞서 <한겨레>는 2023~2024년 심리전단에서 군 복무를 한 ㄱ씨 인터뷰를 통해 심리전단이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2·3 비상계엄 직전까지 대북 전단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터뷰에서 ㄱ씨는 "2023년 10월 중순 최전방에서 부대원들과 함께 대북 전단을 담은 대형 풍선 10여개를 처음 북쪽으로 날려 보냈다"며 "그때부터 2024년 11월까지, 2개월에 한두 차례 정도 작전을 수행했고 작전 때마다 풍선을 100개쯤 날려 보냈는데, 풍선마다 10㎏ 정도의 전단을 매달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ㄱ씨는 지난해 5~6월, '북한이 오물 풍선을 살포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고 한 군 당국의 발표를 떠올리면 쓴웃음이 난다고 했습니다.
이어 ㄱ씨는 "북한 오물 풍선을 다룬 뉴스에서는 '북한이 도발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우리가 먼저 시작한 대북 전단 도발에 대한 그들의 보복이란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며 "지난해 12·3 계엄이 터진 뒤에는 '우리가 먼저 북한에 시비를 걸려고 했던 거구나'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고, 얼마 전 특검이 수사한 '평양 무인기' 보도를 보면서는 '내가 했던 일이 내란 계획의 일부였던 거구나'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보도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SNS에 '전쟁 날 뻔…위대한 대한국민이 막았습니다'라는 제목을 글을 올렸습니다. 이 대통령은 "계엄 명분으로 전쟁을 개시하려고, 군대를 시켜 북한에 풍선까지 날려"라며 "곳곳에 숨겨진 내란 행위를 방치하면 언젠가 반드시 재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