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에 체류하고 있던 한국인 가족이 지난14일(현지시간) 밤 '사막의 빛' 작전에 투입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도착한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지금 여러분이 탑승하신 이 항공기는 대한민국 영토와 다름없습니다. 이제 모든 불안은 이곳에 내려놔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4일 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이륙한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 내에 공군 관계자의 안내 방송이 울려 펴지자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이 항공기에 배우자, 아이 둘과 함께 탑승했던 쿠웨이트 교민 장윤정(38·여)씨는 "전쟁 발발 초기부터 하늘길이 막혀서 불안했고, 당분간 한국에 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부와 공군이 도와주셔서 안전하게 한국까지 갈 수 있어 다행"이라며 "오랜만에 한국에 가는 것이라 아이들도 들떠 있고,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공군의 KC-330이 다시 한번 전쟁의 한복판에서 공포에 떨고 있던 국민들을 구해냈습니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15일 "사우디와 바레인, 쿠웨이트, 레바논 등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204명(일본 복수국적자 1명 포함)과 외국 국적 가족 5명, 일본 국민 2명 등 총 211명이 정부가 투입한 군 수송기(KC-330)를 타고 15일 오후 한국에 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막의 빛' 작전에 투입된 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시그너스(KC-330)가 14일 김해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사막의 빛(Desert Shine)'으로 명명된 이번 작전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중동 각국에서 영공이 폐쇄되고 민간 항공편 수요가 폭증하며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하거나 귀국하고 싶어도 귀국하지 못한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작전이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입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현지 체류 중인 모든 국민이 한 분도 빠짐없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군용기 활용 방안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사막의 빛' 작전에 투입된 KC-330은 지난 14일 오전 한국을 출발해 같은 날 오후(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 도착했고, 이날 밤 리야드를 출발해 태국을 거쳐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사우디와 바레인, 쿠웨이트, 레바논 등 4개국에 흩어져 있던 국민들을 일시에 한곳으로 모아 수송기에 태우는 전례 없는 작전을 성공시킨 것입니다. 국방부와 합참은 24시간 상황실을 유지하며 KC-330의 항로를 추적하고 위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고, 공군은 작전 준비부터 종료까지 전 단계에 걸쳐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차질 없이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비행경로상 거쳐야 할 10여개국의 영공 통과 승인을 단 하루 만에 받아내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해냈습니다.
국방부와 외교부를 중심으로 합참, 공군, 주사우디대사관, 주바레인대사관, 주쿠웨이트대사관, 주레바논대사관은 물론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에 참여한 경찰청까지 관련 정부기관이 '원팀'으로 이뤄낸 성과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계속해서 중동 지역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귀국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다양한 안전 조치를 지속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시막의 빛' 작전이 진행 중이던 15일 군의관 등 공군 관계자들이 시그너스에 탑승한 감기 증상이 있는 어린이를 동반한 한 중동 지역 교민 가족을 살피고 있다. (사진=국방부)
'국민 안전 위해 전 세계 어디든 간다'…2020년 첫 장거리 해외 작전
KC-330은 공군이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총 4대를 도입해 공중급유와 대규모 인원 수송에 활용하고 있는 다목적 항공기입니다. 인원 300여명을 태울 수 있으며 최대 항속거리는 1만4800㎞에 이릅니다. 한국 공군이 대규모 장거리 수송 작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종입니다. 지난 2020년 첫 해외 임무로 미국 하와이에 있던 한국군 6·25 전사 유해를 국내로 송환하며 원거리 작전 능력을 확인했고, 그해 7월에는 코로나19 상황이 악회되자 이라크 교민들을 국내로 이송하는 작전을 펼치며 첫 재외국민 지원 임무도 시작했습니다.
2021년에는 미국 정부가 한국에 지원한 코로나19 백신(얀센) 공수,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청해부대 장병을 국내로 이송한 '오아시스 작전',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한국에 협조해 온 아프가니스탄인들을 국내로 이송한 '미라클 작전' 등을 수행했습니다. 2023년에는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과 캐나다 산불 사태를 지원하기 위해 구호물자와 인력을 실어 날랐고, 수단 내전이 발발하자 청해부대와 함께 교민들을 탈출시킨 '프라미스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또 그해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하자 현지 체류 중인 교민과 여행자 163명뿐만 아니라 일본인 51명과 싱가포르인 6명을 서울공항으로 안전하게 이송했습니다. 이듬해인 2024년에도 10월2일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이 시작되자 레바논에 체류 중인 교민과 여행객을 귀국시키기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3년간 멈췄던 추가 도입 사업도 탄력
현재 공군은 KC-330의 해외 임무 확대와 KF-21 등 공중급유 가능 항공기 증가에 따라 공중급유 능력 확충을 위한 공중급유기 2차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2029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입해 공중급유기 2대를 추가 도입하는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3년간 예산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사업이 무산되는 듯했습니다. 올해 정부 예산안에도 이 예산은 빠졌지만 지난해 말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 300억원이 반영됐고, 방위사업청이 2026~2027년 절충교역 대상사업(예상) 목록에 이 사업을 포함시키면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