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법제화 돌입"…'한발 늦은' 국내 AI 허위광고 제재

FTC·SEC, AI 워싱 벌금·사업 중단·사업 기회 박탈 철퇴
국내 AI 워싱 직접 제재 사례 없어
실효성 위해 부처 간 협업 체계 정비 필요

입력 : 2025-12-12 오후 4:01:32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인공지능(AI)을 내세운 허위·과장 광고가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강력한 제재 조치를 시행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 대책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고령층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규제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12일 IT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EU) 등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AI 워싱에 대한 규제 본격화에 나선 상황입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광고 내용을 입증하지 못한 기업들에 대해 수십만 달러의 벌금, 허위광고 금지 명령, 사업 중단, 영구적 사업 기회 박탈 등을 부과해왔습니다. 
 
EU도 지난해 8월 발효된 AI법을 통해 규제 기반을 공고히 했습니다. 기만적·조작적 AI 사용을 '금지된 AI 관행'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2월 발표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통해 AI 사용 주장에 대해 과학적·기술적 근거 입증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기업의 책임을 강화했습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AI 워싱으로 직접 제재된 사례가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첫 실태조사를 실시해 AI 명칭 남용 및 기능 과장 20건을 시정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동훈 국무조정실 재정금융정책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속 차단을 골자로 한 'AI 가짜 의사 광고'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AI 등을 활용한 시장 질서 교란 허위·과장광고 대응 방안'을 통해 유통 전 사전 방지, 유통 시 신속 차단, 제재 강화·단속 역량 확충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이 가운데 AI로 제작된 가상의 의사·약사가 건강기능식품이나 의료용품을 추천하는 광고가 무분별하게 확산됐습니다. 정부는 최근 'AI 등을 활용한 시장 질서 교란 허위·과장광고 대응 방안'을 내놨는데요. AI 생성물 표시제를 도입해 플랫폼에 게시되는 AI 이미지·영상 등에 AI 생성 여부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또 식품·의약품·의료기기 등 고위험 분야는 신속 제재를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 속도가 해외에 비해 느리다고 지적합니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미국이나 EU는 이미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우리는 이제 가이드라인 중심으로 조금 늦게 대응을 시작한 정도"라고 평가했습니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 소장은 "미국이 우리보다 AI가 앞서 발전하고 부작용이나 역기능도 먼저 나타났다"며 "우리는 1~2년 늦게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라 나타나는 현상도 비슷하고 제재도 현재로서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규제가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 미국이 FTC와 SEC가 역할을 나눠 AI 워싱을 규제하듯, 국내도 부처 간 협업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김 소장은 "의료·식품·거래 등 피해 유형마다 담당 부처가 달라 한 기관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며 "여러 부처가 공통으로 적용할 근거 요구·표시 의무 같은 기본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 이사장도 "AI 허위광고 문제는 딥페이크·보이스피싱·저작권 등과 연결돼 저작권위원회·경찰청·법무부·공정위 등 다부처 공동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가 AI 가짜 의사, 의사 사칭 및 의사 표방 등 불법 온라인 광고 사례 접수에 나섰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신상민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