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이 다시 확산한 올해 11월 이후 글로벌 증시는 방향성을 잃고 흔들리는 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과 미국 기술주의 조정까지 겹치며 변동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한 달 동안 0.19% 오르며 사실상 보합권에 머물렀고 나스닥100은 1.38% 하락했습니다.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하락 완충 효과가 있는 방어형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선택지로 부상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12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주요 방어형 ETF는 기초지수를 크게 앞서는 성과를 냈습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IWOOM 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는 3.14%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기초지수인 나스닥100이 1.38%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4%포인트 이상 초과수익을 올린 셈입니다. 'KIWOOM 미국대형주500월간목표헤지액티브'도 3.07% 상승하며, 0.19% 상승에 그친 S&P500 대비 두드러진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목표헤지형 ETF는 월 단위로 손실 방어선을 재설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시장 조정이 반복되는 구간에서 손실을 일정 수준 제한하고, 반등을 일부 따라가는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 키움투자자산운용 관계자는 "은퇴 자금이나 장기투자 비중이 큰 투자자들 사이에서 목표헤지 전략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매월 손실 방어가 리셋된다는 점, 상승 캡이 없다는 점이 시장 불확실성이 큰 구간에서 안정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의 버퍼형 ETF도 이번 변동성 장세에서 돋보였습니다.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는 최근 한 달 동안 4.12% 상승했습니다. 'KODEX 미국S&P500버퍼6월액티브'도 4.07% 오르며 방어형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월간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두 상품은 하락을 일정 비율로 완충해주는 버퍼 구조를 기반으로 하며, 버퍼3월액티브의 상승 상한은 16.4%, 버퍼6월액티브는 17.6%로 설계돼 있습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버퍼형은 옵션을 이용해 구축한 구조화 상품으로,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기초지수와의 가격 괴리가 줄어드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해 S&P500이 많이 올랐던 구간에서는 옵션 구조상 상대적으로 덜 올랐지만, 최근 지수 조정이 반영되면서 수익률이 다시 반영되고 있는 상태"라며 "현재도 잔여 상승 캡이 남아 있어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변동성이 본격적으로 커진 시점 역시 방어형 ETF 수요 확대를 설명하는 중요한 배경입니다. AI 버블 논란이 강해진 11월 이후 미국 시장은 하루에도 1% 내외 등락이 반복됐고, 국내 증시 역시 외국인 매매 변동과 기술주 조정이 겹치며 방향성을 잃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지수의 급락을 완충하고 일정 수준 반등을 따라갈 수 있는 구조화 전략을 다시 찾기 시작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방어형 ETF가 내년에도 수요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전략별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 목적에 따라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목표헤지형은 월 단위로 손실을 방어하는 구조여서 단기 조정에 강한 반면, 버퍼형은 6개월에서 1년 동안 일정 하락 구간을 완충해 비교적 안정성이 높지만 상승 상한이 존재합니다. 이 때문에 진입 시점과 잔여 상승 캡 확인이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버블 논란 이후 시장은 상단이 열려 있지 않고 하단 충격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며 "떨어질 때 덜 잃고 반등할 때 일정 부분 따라갈 수 있는 상품에 투자자 관심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특히 변동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버퍼형과 목표헤지형 모두 유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각 상품이 가진 구조적 특징과 기대수익을 정확히 이해하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