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표 선정 하루 앞으로…KT 재건 달렸다

해킹·리더십 공백 속 최종 면접…이사회 선택에 쏠린 시선
'누가 되느냐'보다 '무엇을 바꿀 수 있느냐'가 관건

입력 : 2025-12-15 오후 4:06:46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최종 면접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심층 면접을 거쳐 차기 대표 예정자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46조원 규모 자산과 5만7000여명의 그룹 임직원을 관장하는 수장을 단 하루의 대면 면접을 통해 결정한다는 점에서 우려도 제기되지만, 현재 KT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인선은 회사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KT는 최근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흔들린 리더십, 대형 해킹 사고로 훼손된 기업 신뢰, 인공지능(AI) 전환 전략의 불확실성이라는 복합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차기 대표 선임은 단순한 CEO 교체를 넘어, KT가 다시 정상 궤도로 복귀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분석입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15일 KT 안팎에 따르면 이달 16일 사외이사 8인 전원으로 구성된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숏리스트에 오른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사장,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부회장(가나다순)을 대상으로 개인별 2시간가량 대면 면접을 진행합니다. 후보자들은 CEO 직무수행 계획을 중심으로 KT의 미래 전략과 관련 산업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하고, 이사회 질의응답을 받는 방식으로 평가받습니다.
 
면접 결과는 이르면 이날 중 발표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인선 발표가 지연될 경우 외부 해석이 뒤따를 수 있는 만큼, 이사회가 신속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KT CEO는 통신을 넘어 금융·미디어·플랫폼 등 국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인 만큼, 짧은 기간에 중대 결정을 내리는 방식 자체에 대한 우려는 여전합니다.
 
이 같은 우려의 배경에는 KT가 처한 현실이 있습니다. 차기 CEO는 윤석열정부 시기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와해됐다는 평가를 받는 리더십을 수습해야 하는 동시에, 해킹 사고로 무너진 네트워크·보안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 간 균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 KT 내부 의사결정은 상당 부분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최근 정부가 통신 3사에 주파수 재할당 대가와 관련해 의견 제출을 요구했지만, KT는 회사의 방향성을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SK텔레콤(017670)LG유플러스(032640)가 재할당 대가 수준과 조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것과 대비됩니다. KT가 5G 단독 모드(SA)를 이미 상용화했고, 재할당 논쟁의 핵심인 2.6㎓ 대역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근본적으로는 CEO 공백과 해킹 사태가 겹치며 내부 의견 수렴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해킹 문제와 CEO 선임 이슈가 맞물리면서 주파수 재할당에 대한 회사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재할당 대가만 해도 1조원 안팎의 비용이 거론되는 통신 부분의 주요 사안입니다. 
 
결국 KT가 누구를 수장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비전 설정과 당면 현안 수습의 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에 KT 안팎에서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정치적 해석이나 외부 변수보다 'KT 재건'이라는 본질에 초점을 맞춰 인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과거 정권에서 KT 내부를 이른바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며 외부 인사를 내려보낸 전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결국 KT 재건이라는 과제를 놓고 후보자별 강점과 한계가 동시에 부각되는 양상입니다.
 
KT 차기 CEO 숏리스트 3인. 왼쪽부터 박윤영, 주형철, 홍원표 후보자. (사진=KT, 뉴시스)
 
이런 이유로 후보 3인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립니다. 박윤영 전 사장은 내부 출신으로 KT 조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기업사업부문장 등을 거치며 B2B와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다만 이번을 포함해 세 번째로 CEO 숏리스트에 오른 이력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립니다. 그만큼 전문성과 역량을 꾸준히 인정받아왔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이전 인선 과정에서 최종 선택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점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됩니다. 
 
주형철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체제, 이재명정부로 이어지는 정치적 이력이 강점이자 부담으로 동시에 언급됩니다. 정책 이해도와 정부 소통 능력은 장점으로 평가되지만, 여권 추천 인사라는 시각이 다시 낙하산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홍원표 전 부회장은 KT를 거친 경험이 있으나 조직을 떠난 지 20년이 넘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통신·AI·보안을 아우르는 폭넓은 경영 이력은 강점이지만, 호남 인맥계 지원설과 SK쉴더스 대표직 사임 시점을 둘러싼 해석은 부담 요인으로 함께 거론됩니다. 특히 KT 안팎에서는 과거 KT 출신 인사(OB)들 일부가 숏리스트 3인 가운데 홍 전 부회장을 공개·비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엇갈린 시각이 나옵니다. 이를 두고 KT 이사회 내부에서는 특정 인맥을 중심으로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향후 인사나 의사결정 과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CEO 선임은 '누가 유리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KT가 다시 신뢰받는 통신·AI 기업으로 설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차기 대표는 비전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재건을 실행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지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