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서 전장까지 M&A 승부수…이재용 ‘뉴삼성’ 1년

삼성, ZF 인수 ‘빅딜’…올해 M&A 4건
이재용, 사법리스크 후 적극 ‘경영 행보’
‘뉴삼성’ 비전 본격화…가시적인 성과도

입력 : 2025-12-24 오후 2:36:55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삼성전자 위기론 속 사즉생을 외친 이재용 회장이 올해 적극적 인수합병(M&A) 등 글로벌 공격 경영에 집중하며 뉴삼성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경영 행보에 재시동을 건 이 회장은 글로벌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회동을 통해 협력을 이끌어내고, 오디오부터 전장(전자·전기장치)까지 굵직한 M&A를 성사시키는 등 글로벌 현장 경영을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5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 프리드리히스하펜(ZF)’의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 사업을 인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수 금액은 총 15억유로(26000억원)로 올해에만 두번째 조 단위 빅딜입니다. 이 회장이 미래차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올해 광폭 행보를 펼친 만큼 단순 사업 확장을 넘어 시장 주도권을 틀어쥐기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됩니다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이 ZF를 품에 안으면서 종합 전장기업으로의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또한 이번 인수가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온연히 떨친 이후 단행된 첫 M&A라는 점에서 이 회장의 뉴삼성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앞서 이 회장은 올해 2월 부당 합병 2심 무죄 이후 본격적인 현장 경영 행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 위기론이 여전한 가운데 임원에게 삼성의 저력을 잃었다사즉생의 통렬한 메시지를 남긴 뒤 반등을 모색했습니다.
 
첫 신호탄은 5월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 인수(35000만달러)입니다. 일주일 뒤에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15억유로(24000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습니다. 7월에는 수천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를 품에 안았고, 이번 ZF까지 올해에만 4번째 대규모 M&A를 단행했습니다. 삼성의 올해 M&A는 냉난방 공조, 디지털 헬스케어, 전장 등 향후 잠재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됐는데, ‘뉴삼성비전을 위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M&A뿐만 아니라 이 회장은 올해 글로벌 경영 행보를 통해 미래 기반을 다지는 협력에도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 회장은 2월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의 3자 회동을 시작으로 3월 레이쥔 샤오미 회장,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왕촨푸 BYD 회장, 8월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 10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11월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 등 글로벌 빅샷’(거물)과 회동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장 등 주요 사업의 협력을 논의했습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글로벌 경영 행보는 가시적인 성과로도 나타났습니다. 7월 대법원 무죄판결 이후 이 회장의 미국 출장을 전후로 삼성은 테슬라와 165억달러(228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데 이어 TSMC의 독점을 깨고 AI ‘AI5’ 개발에도 참여가 결정됐습니다. 애플에는 아이폰용 이미지센서 납품이 성사됐고, 오픈AI 주도의 5000억달러(700조원) 규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공급도 확정 지었습니다.
 
연말에는 하반기 크게 실적이 개선된 반도체 사업 부문을 격려하고 기술 초격차를 당부하는 등 현장 경영도 이어졌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 22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경기도 기흥과 화성 캠퍼스를 잇따라 방문하고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하며 사실상 올해 행보를 마무리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벗은 뒤 첨단산업에서의 부족한 기술을 충족하고 미래 사업을 위한 M&A 등 여러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성과를 보였다반도체의 버전업, 휴대폰의 마켓셰어(시장점유율) 등 현재 1등 기업으로서의 삼성이 주력 사업의 변화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내년부터는 기술 발전과 진짜 먹거리 발굴을 위한 보다 장기적인 측면의 M&A 구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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