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정부가 26일 행정예고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해석지침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경영계는 사용자성 판단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적시했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사용자성을 규정하는 핵심인 ‘구조적 통제’ 개념이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란봉투법 해석지침은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의 근로시간·작업 방식 등을 ‘구조적 통제’ 하는지 여부를 사용자 개념의 핵심으로 규정했습니다. 최근 판례로 인정된 인력운용, 근로시간, 작업방식, 노동안전, 임금·수당 등을 구조적 통제의 예시로 들었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내년 3월10일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의 원·하청 교섭 범위와 쟁의 대상에 대한 지침을 내려 현장의 혼선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발표됐지만,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내용에 문제를 삼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번 지침에 대해 입장을 내고 “노동부가 새로 확대된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의 판단기준을 제시했지만, 일부 예시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적시해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총은 사용자성 판단과 관련해 “정부는 사용자 판단에 있어서 핵심 고려요소로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들고 있다”며 “구조적 통제의 예시로 ‘계약 미준수시 도급·위수탁 계약의 해지 가능 여부’를 들고 있는데 일반적인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계약 해지도 구조적 통제 대상이 된다고 오해할 여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의 법적 의무 이행과는 별개로 산업안전보건체계 전반을 실질적으로 지배·통제하는 경우에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 예시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적시했다”며 “지침의 내용과 달리 원청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이행까지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해석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합병·분할·양도·매각 등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이러한 결정에 따라 정리해고, 배치전환 등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 고용보장 요구 등 단체교섭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면서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는 불분명한 개념으로서 사업경영상 결정 그 자체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기준이 형해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이번 지침에 따라 사용자 책임이 제한되는 등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보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번 행정지침에 대해 성명을 내고 “노동조합법 개정 취지를 구체화하고 사용자 개념과 노동쟁의 대상을 명확히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사용자 책임을 제한하고 노동쟁의의 실질적 범위를 축소할 우려가 적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노동부의 해석지침은 불법파견 인정보다 더 엄격한 요건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계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구조적 통제’ 개념입니다. 사용자성 판단에 핵심 근거로 사용되는 구조적 통제 개념이 엄격하게 적용돼 사용자가 책임을 회피할 명분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한국노총은 “아직 낯선 개념인 ‘구조적 통제’에 대해 노동부가 몇가지 해설을 달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원청이 하청에 대해 업무 내용·작업 방식·인력 운용 등에 걸쳐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을 하는 경우에 한해 사용자성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정 노조법이 말하는 사용자의 의미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면 형식과 관계없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에 있다”며 “노동부가 정말로 개정 취지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현실에 나타나는 원청의 영향력을 보다 분명히 드러내는 방향으로 그 의미를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노총도 “원청 사용자의 교섭거부 등 책임 회피를 줄이려면 판단이 최대한 간명하게 될 수 있도록 지침을 만들어야 하는데 명확한 사안조차도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책임을 회피할 명분만을 줄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이 노동부 해석지침으로 인해 오히려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