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아파트 월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평균 월세가 150만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특히 소득 여력이 부족한 2030세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며 '전세의 월세화'가 구조적으로 굳어지는 흐름 속에서, 젊은 층의 주거 불안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입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31.2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도 134만원대에서 147만6000원으로 10만원 넘게 올랐습니다. 중위 월세 역시 122만원(보증금 1억1000만원) 수준으로 집계돼, 일반 가구의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크게 가중되고 있습니다.
전국 4인 가구 중위소득 약 610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서울 아파트 거주자는 매달 소득의 20%를 월세로 지출하는 셈입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더 높은 월세 계약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관악구 봉천동 두산아파트 전용 114㎡는 지난해 11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70만원으로 신규 계약이 체결됐고, 노원구 중계동 건영아파트 전용 84㎡는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260만원에 계약서를 썼습니다.
전세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점이 월세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입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새 약 4분의 1이 사라졌습니다. 정부의 실거주 의무 강화와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집주인들이 전세를 꺼리게 된 탓입니다. 전세 물건이 줄자 수요는 월세로 몰렸고, 그 결과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1월 기준 62.7%까지 치솟았습니다. 전년 동기 57.4%와 비교하면 5.3%포인트나 높아진 수치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그래프=뉴스토마토)
청년층 주거비 부담, 전체 평균의 5배 증가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모든 세대에 동일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연령대별 통계를 보면 젊은 층일수록 주거비 부담 증가 폭이 훨씬 가파릅니다.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실제 주거비'는 21만4000원으로 1년 새 11.9% 급증했습니다. 이는 전체 가구 평균 증가율 2.2%의 5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청년층의 소득 증가율은 0.9%에 그쳐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소득은 오히려 줄어든 셈입니다. 근로소득은 377만1000원으로 0.9% 감소해 2020년 3분기 이후 5년 만에 줄었고, 사업소득도 3년 연속 하락했습니다. 청년 취업시장 둔화와 자영업 부진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여기에 대출 이자 부담도 청년층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세금·사회보험료와 함께 청년층의 이자비용은 16만6000원으로 23.4% 증가했습니다. 전체 가구주 증가율 14.3%를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청년층이 월세로 몰리면서 주거비가 급증한 데다, 생활비 대출 등의 이자 부담까지 더해져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2030세대의 여윳돈은 3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지난해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흑자액(저축·투자 가능 금액)은 124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구주의 흑자액은 143만7000원으로 12.2% 늘어난 것과 대조적입니다. 자산 형성의 출발선에 서기도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 앞에 월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외곽도 예외는 아닙니다. 관악·노원·도봉·금천·강북·구로 등 이른바 비강남권에서도 수백만 원대 월세 계약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보증금 수천만 원에 월세 200만~300만원대 계약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습니다. 전세 사기에 대한 불안, 공공임대 접근성의 한계까지 겹치며 젊은 세대는 선택지 자체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6412가구로 전년 대비 48% 감소할 전망입니다. 수도권 전체로는 8만1534가구로 28% 줄어듭니다. 25개 자치구 중 강북·관악·금천·노원·성동·용산·종로·중구 등 8곳은 입주 물량이 아예 '제로'입니다.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월세 상승 압력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낼 경우, 집주인의 세 부담이 보증금과 월세 인상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10% 오르면 전세가격은 약 1~1.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월세 급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전세자금 조달 여력이 부족한 중·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경우 주거비 부담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빌라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를 꺼리는 수요가 아파트로 몰렸고, 급등한 집값과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워 월세 선택이 늘고 있다"며 "전세 위험성에 대한 인식과 전세 매물 감소, 계약갱신청구권, 집주인의 월세 선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월세화가 구조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