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노골적인 제국주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를 무시하는 '힘의 지배' 논리로, 목적은 자국 이익 극대화에 있다는 평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시작과 함께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전격 공습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생포한 데 이어 유엔(UN) 산하기구 등 국제기구 탈퇴를 공식화했습니다. 미국의 국방비도 대폭 증액키로 했습니다. 이른바 '돈로주의'를 전 세계에 또다시 천명한 셈입니다. 사실상 전 세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계엄' 엄포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고립을 불러올 것이란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게 되면서 미국의 리더십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사저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국제기구 '66개' 탈퇴에…영토·주권까지 '거래 대상'
백악관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한 '66개 국제기구'(유엔 산하기구 31개·비유엔기구 35개)에서 탈퇴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공개된 포고문에 따르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유엔여성기구(UN Women),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이 포함됐습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1기 시절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선언하고, 유네스코(UNESCO)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잇따라 탈퇴하며 국제사회와 마찰을 빚었습니다. 2기 출범 직후에도 유엔 예산 삭감을 추진하는 등 다자주의를 파괴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와 '힘의 정치'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식 외교 노선의 연장선입니다. 지난 3일 주권국가인 베네수엘라를 침공,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감행한 데 이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미국 합병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의 이익 앞에 영토와 주권은 문제가 되질 않고 있습니다. 국제법도 무시하는 철저한 약육강식 논리입니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역시 유네스코가 '반서방·친소련 성향'을 띤다는 이유로 탈퇴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레이건 행정부의 탈퇴는 '냉전'이라는 분명한 전략적 명분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공통의 위협 인식이 부재하다는 지적입니다.
미국발 힘의 정치는 이뿐만이 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방예산을 대폭 증가시키겠다고 천명했습니다. 미국 국방예산은 9010억달러(한화 약 1307조원)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1조5000억달러(한화 약 2176조원)까지 증가시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오랫동안 누려야 할 '꿈의 군대'를 구축해 어떤 적이든 맞서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힘에 의한 지배를 더 노골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제사회의 기존 질서를 '무시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을 상대로 관세 협정을 요구하는 등, 동맹과 비동맹을 가리지 않고 미국의 힘을 과시하며 자국의 이익을 챙겼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국 영향력 견제…장기적으로 미 패권 약화"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국제 규범과 다자 협력에 기반한 미국의 전통적 리더십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합의와 규칙에 따른 지도력 대신 힘에 의한 지배를 전면에 내세우는 순간,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처할 수밖에 없다"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자국 이익 중심 외교는 단기적으로는 압박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동맹의 이탈과 신뢰 붕괴를 불러와 미국 패권의 약화를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국제기구와 제도를 통해 유지돼온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서 미국이 이탈할 경우, 글로벌 거버넌스는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빠진 국제기구의 공백은 다른 강대국이 채우게 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입지를 더욱 좁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자국의 이익을 전면에 내세웠는데요. 이면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견제와 미국의 자금 부담 문제가 동시에 자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특히 미국이 국제기구 재정의 최대 분담국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국제질서 전반을 겨냥한 구조적 압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 국제기구의 흐름에 더 휘말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라며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 자체를 압박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방비 증액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명분상으로는 동맹 방어와 억지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겨냥한 군사·전략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국제기구 재정 지원을 줄이고 군사력에 투자, 다자 협력보다는 힘을 통해 통제하겠다는 노선을 분명히 했습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통해 누구도 미국에 도전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힘의 정치' 전략 실현을 위한 연장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국제기구 부담은 줄이면서 군사력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이중 전략은, 다자 협력보다 미국 단독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