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시설 보험 의무화 시행…현장에선 가입 주체 혼선

입력 : 2026-01-13 오후 5:14:50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올초부터 전기차 충전시설 사고배상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정작 현장에선 가입 주체가 불명확해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대규모 피해가 이어지자 비판 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대책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충전시설 보험 미가입시 과태료
 
(그래픽=뉴스토마토)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전기차 충전시설 사고배상책임보험 의무화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전기차 충전시설을 건축물 주차장에 설치하려는 사업자나 건축물 소유자 등은 설치 전에 시·도지사에게 신고해야 하며 사용 전에는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 이미 운영 중인 충전시설도 오는 5월27일까지 신고와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완료해야 합니다.
 
그동안 전기차 충전시설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보상이 지연되는 사각지대로 지적돼왔습니다. 실제로 2024년 8월 발생한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당시에도 명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서 구상권 청구가 늦어졌고, 이로 인해 피해자 보상이 지연된 바 있습니다.
 
정부는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폭발 사고 등으로 피해자가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습니다. 의무 가입 대상자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을 운영할 경우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책임보험 보상한도는 현행 자동차손해배상 책임보험과 동일하게 대인 사고는 1인당 1억5000만원, 대물 사고는 사고당 10억원으로 정했습니다. 보험 가입 및 재가입 시기는 △충전시설 설치 또는 변경 시 △관리자 변경 시 △책임보험 유효기간 만료 전 등으로 규정했습니다. 신고 대상은 주차 대수 50대 이상인 시설로 종교시설·수련시설·공장·창고시설 등 13종 시설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입니다.
 
박덕열 기후에너지환경부 수소열산업정책관은 "그간 사업자·건축물 소유자 등이 설치한 충전기는 현황을 파악할 수 없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라며 "이번 전기차 충전시설 신고제도와 책임보험 의무가입 시행으로 체계적인 충전시설 관리가 강화되고, 충전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 등으로 인한 피해 시 한층 더 신속한 피해 보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충전시설 소유자가 우선 가입"
 
그러나 현장에서는 보험 가입 주체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전기안전관리법 제21조의2에 따르면 보험 가입 주체는 전기차 충전시설 관리자로 규정돼 있지만 관리자의 범위를 △전기차 충전사업자 △충전시설을 설치하려는 시설의 소유자 △안전관리자 등으로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어 해석에 혼선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한 공동주택 건물주는 "충전시설 수혜자는 충전시설 사업자 아니냐"며 "충전시설 관리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건물주에 묻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반면 전기차 관계자는 "전기차 사고는 보통 자동차의 배터리 사고지, 충전시설로 인한 사고가 아니다"라며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 보험료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전기차 충전시설 보험료는 충전시설 10대 기준으로 3만~4만원 수준으로 개별 시설만 놓고 보면 부담이 크지 않은 편입니다. 그러나 대형 아파트처럼 다수의 충전시설을 보유한 건물주의 경우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수백 대의 충전시설을 운영하는 충전시설 사업자 역시 보험료 부담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당 보험은 누가 가입 주체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계약상 다르겠지만 통상 전기차 충전시설 사업자가 가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충전시설이 소유 사업자인 것도 있고 건축물 소유자인 경우도 있는 등 경우의 수가 많이 존재한다"며 "보험 우선 가입을 위해서 계약상 충전시설 소유자 분들에게 가입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험사 등 이해관계자를 만나고 회의도 진행하고 있다"며 "유예기간(5월27일)이 끝나는 기간까지 명확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보험료 부담, 소비자 전가 우려
 
전기차 화재·폭발 사고는 통상 배터리 내부 결함이나 급속·과충전으로 인한 고열에서 발생하는데, 이러한 위험 부담을 충전시설 사업자가 떠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고가 상대적으로 잦은 실내 주차장과 달리 실외 주차장은 사고 발생 빈도가 낮은 만큼 일률적인 보험 가입 의무화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보험 가입 의무화로 보험료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에 대한 자동차보험과 충전시설에 대한 책임보험까지 적용되면서 사실상 보험료를 이중으로 부담하게 된다는 지적입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충전시설 결함으로 전기차 사고가 발생한 전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주유기마다 보험료를 내라는 것과 같은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화재 원인을 명확히 해야 하는데 보험사도 충전시설 결함이 아니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고 보험료가 소비자에게 충전요금 인상 등으로 전가될 수 있다"며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시행한 졸속 행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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