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신태현 기자] 서울 집값 상승세가 새해 들어서도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매매가격뿐 아니라 전세·월세 시장 역시 동반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책이 유지되고 있지만, 공급 감소와 매물 잠김 현상이 겹치며 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공급 부족을 꼽았습니다. 그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년 대비 약 48% 감소하면서 신축 공급 부족 문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직방 기준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은 1만6412가구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함 랩장은 "입주 물량 감소가 임대차 시장의 가격 부담을 키우는 동시에 매매시장에서 신축 선호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임대차 시장 여건도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함 랩장은 "전세가격이 오를수록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늘어나 신규 매물이 줄어드는 구조"라며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갭투자가 어려워진 점도 전·월세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금융 규제 강화도 임대차 가격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지난해 소유권이자 조건부 전세 대출이 금지됐고, 수도권 전세 대출 보증금 한도가 80%로 낮아지면서 대출로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올려주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며 "이런 부분들이 임대료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집값 흐름을 '상고하중'으로 전망하면서도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 심리와 통화량 증가, 주식시장 호황이 맞물리며 전반적인 상승 압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 전문위원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만큼 전세시장에는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며 "임대차 입법과 의무 거주 요건 확대로 전세 유통 매물이 줄면서 수급 불균형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박 전문위원은 정부의 공공 주도 주택 공급에 대해 "가점제 사람들도 공공 분양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며 "구매력을 갖춘 유효 수요의 움직임에 따라 매매시장도 연동되기 때문에 주거 안정뿐 아니라 시장 안정을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단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확대가 최우선"이라면서도 "수요 조절은 대출이나 세금 규제를 활용하고, 수요 분산은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할 수 있는 지방 분산이나 지역 분산, 생산성 금융을 통한 시장 자금 분산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구조적 불균형 심화…단기 수요 억제책 한계 '뚜렷'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지난해 6·27, 9·7, 10·15 대책 발표에도 서울 집값이 8% 넘게 오른 것은 공급 측면에서 달라진 게 없었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구조적 공급 부족을 강조했습니다. 고 교수는 "2024년 기준 22만명이 결혼했고, 9만8000가구가 이혼하면서 주택 수요는 꾸준한데 공급이 못 따라간다"며 "결혼·이혼 등으로 발생하는 주택 수요는 꾸준하지만 신규 공급과 기존 매물의 시장 순환이 막히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신규 공급은 발표를 해도 5년 이상 걸리고, 기존 매물이 시장에서 순환돼야 하는데 매물이 안 나오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 교수는 정부의 추가 공급 대책에 대해 "지난해 세 번의 대책이 있었지만 시장 가격 통제에는 효과가 미미했다"며 "발표 위주의 공급 대책보다는 세제·규제 완화를 통해 기존 매물이 순환하도록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다주택자 매각 유도 정책과 민간 공급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보이는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전·월세 동반 상승 가능성을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했습니다. 서 교수는 "토허제와 실거주 의무, 1가구 1주택 중심 정책으로 전세 공급이 구조적으로 위축됐다"며 "전세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월세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공급이 안 되는데 수요는 증가해 가격이 오르고, 일반 소시민들이 전세가격을 못 따라가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가와 월세가가 우상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 교수는 정부의 추가 공급 대책에 대해 "공급 대책을 내놓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공공 주도 공급만으로는 단기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고, 공공과 민간을 병행하는 투트랙 공급 전략이 아니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달 말로 예고된 정부의 추가 주택 공급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신중한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함영진 랩장은 "민간 임대사업자 활성화와 매입임대 확대 등 전·월세 시장에 직접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이 병행돼야 한다"며 "올해는 주택 공급 속도전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게 공급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서울 주택시장이 단기간에 진정되기보다는, 공급 공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준석 교수는 "현재 시장은 정책 불확실성 때문이라기보다, 구조적인 공급 부족과 매물 잠김이 만든 결과"라며 "단기 수요 억제책만으로는 가격 안정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