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90%가 위험한데 12%만 알고 있다”

심혈관 신장 대사증후군
미국 성인 90%가 위험군

입력 : 2026-01-14 오전 11:39:07
미국 성인 10명 중 9명이 심장, 신장, 대사 질환이 복합적으로 얽힌 증후군의 위험 상태에 놓여 있으나 정작 이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나 나왔습니다.
 
미국심장협회(AHA)는 “미 성인의 약 90%가 심혈관-신장-대사증후군(Cardiovascular-Kidney-Metabolic Syndrome)의 위험 요인을 최소 한 가지 이상 가지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는 현대인의 만성질환이 더 이상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하나의 ‘질병 사슬’로 묶여 있음을 시사합니다. 
 
비만, 심장병, 신장 질환, 당뇨병은 서로 맞물려 건강을 위협하며, 이같은 상태를 CKM 증후군이라고 한다. 세계 비만의 날에 거리를 행진하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만성질환이 ‘질병 사슬’로 묶이다
 
CKM 증후군은 심장병, 신장질환, 당뇨병, 비만이 서로 맞물려 건강을 위협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AHA가 지난 해 8월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 폴(The Harris Poll)에 의뢰해 18세 이상 미국 성인 4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고혈당, 과체중, 신장 기능 저하 등 CKM의 위험 요인을 하나 이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CKM 증후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고작 12%에 그쳤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된 치료 관행에 대한 믿음입니다. 응답자의 68%는 “관련한 건강 상태는 하나씩 개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거나 최선의 방법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또 응답자의 42%는 “심장이 건강하면 다른 장기(신장 등)의 문제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두아르도 산체스(Eduardo Sanchez) AHA 예방 최고 의료 책임자는 “심장, 신장, 대사 시스템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반드시 통합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라며 “환자들이 이 연결 고리를 이해하는 것이 진료의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어떤 면에서 많은 사람이 모르는 게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CKM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미국심장협회가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 2023년 10월입니다. 그 핵심은 비만이나 당뇨병(대사질환)이 생기면 신장 혈관이 손상되고(신장질환),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체액 조절 실패와 혈관 석회화로 이어져 결국 심장마비나 뇌졸중(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이들을 개별적인 질환으로 봤으나,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악화시키는 ‘도미노 게임’이라는 인식입니다. 실제로 만성 콩팥병 환자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은 신장 부전이 아니라 심혈관질환입니다. 반대로 심부전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핵심 인자는 신장 기능입니다. 이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치료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심혈관-신장-대사증후군 4단계
 
미국심장협회는 CKM 증후군을 0~4단계로 세분화하면서, 증상이 없는 초기 단계에서의 예방적 개입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1단계입니다. 특별한 질병이 없어도 복부 비만이 있거나 ‘당뇨병 전 단계’라면 이미 CKM의 위험 사슬에 들어선 것으로 봅니다. 체중 감량만으로도 심장과 신장을 보호할 수 있는 골든타임입니다. 2단계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 위험 요인이 있거나 단백뇨 등 초기 신장 손상이 확인된 상태입니다. 이때부터는 신장과 심장 보호 효과가 입증된 약물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증상은 없지만 심장 비대나 관상동맥 협착 등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3단계를 거쳐,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실제로 발병하는 4단계에 이르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미국심장협회가 세분화한 CKM 증후군 0~4단계. (이미지=American Heart Association)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CKM 증후군의 공포는 시너지 효과에 있습니다. 비만이나 당뇨 같은 대사 문제는 신장 기능을 떨어뜨리고, 신장이 망가지면 혈관 석회화와 체액 조절 실패로 이어져 결국 심장을 멈추게 합니다. 이들이 결합할 때 심장마비, 뇌졸중, 심부전의 위험은 개별 질환을 앓을 때보다 훨씬 더 높게 치솟는다는 것입니다. 
 
이 조사에서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높은 관심도였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9%는 “CKM 건강에 대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72%는 구체적인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기 대처하면 ‘되돌리기’ 가능
 
전문가들은 CKM 증후군이 진행형 질환이지만, 동시에 ‘가역적인’ 질환임을 강조합니다. 식습관 변화, 신체 활동, 그리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위험 단계를 낮추거나 진행을 멈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치료 트렌드도 과거에는 단순히 수치를 낮추는 데 급급했지만, 이제는 장기 보호 효과가 입증된 약물을 우선 씁니다. 이 약물들은 2단계 이상 환자에게 투여되어 4단계(심혈관 사망)로 가는 길목을 차단합니다.
 
산체스 박사는 “CKM 건강은 곧 전반적인 건강의 순환 고리”라며 “혈압, 콜레스테롤, 체중, 혈당, 신장 기능을 정기적으로 체크할 것”을 권합니다. 전문가들은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다면 반드시 병원에서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 소변 검사를 받아 콩팥 상태를 확인하고, 1단계에 해당한다면 당장 식습관 교정과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미국심장협회는 올해 초, CKM 관리를 위한 최초의 임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의료 현장의 통합 진료를 독려할 계획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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