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국의 마두로’는 누구? K-극우의 오답

입력 : 2026-01-21 오전 6:00:00
1월3일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국에 체포되자 K-극우는 흥분했다. 정치권과 SNS에 나타난 K-극우의 입장을 종합하면 이렇다. “마두로 체포에 반대하는 놈들은 뭐냐. 베네수엘라 국민들도 환호하고 있는데. 좌빨들은 중국이 대만 침공하면 ‘참견할 수 없다’며 가만 있을 거 아닌가. 김정은도 마두로 꼴이 났으면 좋겠는데, 그게 힘들다면 한국을 베네수엘라로 만들고 있는 이재명이라도…”
 
K-극우는 ‘좌빨’이 세계적으로 고립되었다고 믿지만 그건 자기 현실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법 위반을 우려했고 곧바로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렸다. 마두로 체포에 반대하면 좌파라는 K-극우 세계관에 따르면 UN은 코민테른이다. 마두로 축출을 환영하는 나라들 중에도 미국이 베네수엘라 내정에 간섭하면 반발할 나라들이 섞여 있다. 미국 민주당은 의회 승인 없는 불법적 침공이라고 맹비난했고, 마가(MAGA) 진영 일각에서도 ‘이러려고 트럼프에 투표했나’ 성토가 나온다. 미국민 여론조사 결과, 찬반은 비슷했고 향후 사태에 대한 '우려'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K-극우에 따르면 미국도 절반쯤 ‘빨갱이 나라’다. K-극우는 보편주의, 국제주의와는 척을 진 남한판 주체사상파다.
 
트럼프와 K-극우의 ‘네로마불’도 돋보인다. ‘네타냐후는 로맨스지만 마두로는 불륜이다.’ 마두로 체포가 국제법 위반인 것과는 달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범죄 혐의로 ICC(국제형사재판소)의 수사 및 체포 대상이 되었다. 트럼프는 ICC 판사 2명을 제재했다. 이런 정부가 자유 민주 수호 차원에서 마두로를 체포했다고 믿는가. 체포 직후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병합 대상으로 지목했다. K-극우는 여기서도 의리를 지킬까? 
 
K-극우는 미국을 짝사랑하지만 중국 패권주의와 화음을 일으킨다. 마두로 체포 사태 이후 중국 웨이보는 “미국처럼 해서 대만을 되찾자”는 선동으로 들끓었다. 북한도 끼어들어 더 크게 떠들 것이다. “카다피와 마두로는 핵이 없어서 당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좌빨들’이 침묵할 거라고? K-극우가 좌빨이라고 부르는 정의당, 녹색당 등은 2019년 홍콩 시위 당시 중국 규탄 집회, 홍콩 지지 대자보 게시, 동아시아 시민 연대 등을 실행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시민과 노동자들이 미국에 억류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부부의 석방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극우가 꿈꾸는 ‘미국-일본-한국의 반중-반러 연합’은 트럼프가 앞장서서 찢었다. 트럼프는 푸틴 편을 들면서까지 우크라이나에 굴욕적 종전을 강요했고, 막상 대만 문제로 일본과 중국의 갈등이 커지자 발을 빼버렸다. 그럼 K-극우의 국내 정치적 소원, ‘미국의 이재명 축출’은 이뤄질까? 내란 사태 이후 K-극우는 트럼프 엉덩이를 좇으며 “형님 빽만 믿겠다”고 했지만 되는 일은 없었다. 자, (아직 제3자로서는 진실을 알 수 없지만) 만약 대북 송금 사건에 이 대통령이 연루되었다 치자. 그리고 미국이 그걸 안다 치자. 미국이 어떤 나라고 트럼프가 어떤 꾼인가. 쉽게 카드를 꺼낼 아마추어들이 아니다.
 
K-극우가 더불어민주당 정권을 베네수엘라 정권에 비유하는 것도 웃음거리다. 민주당 정권의 사법 리스크 지우기는 폴란드, 헝가리에서 있었던 사법부 길들이기와 닮은 데가 있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중단 또는 보류되었다. 한국 민주주의가 그만한 역량은 있는 것이다. 굳이 마두로와 가장 닮은 한국 정치인을 한 명 꼽으라면 윤석열이다. 잡혀가 재판받는 것까지 빼닮았다. 물론 결정적 차이는 있다. 하나는 타국에 끌려갔고 하나는 자국 시스템에 따라 단죄받는다. 이래도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 같은가.
 
김수민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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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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