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1년을 맞습니다. 백악관 복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국정을 몰아붙였습니다. 관세전쟁과 강경한 이민 단속, 베네수엘라 군사개입, 그린란드 압박, 대학·언론·사법기관을 향한 전방위 공세까지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속도'와 '국민의 성적표'는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취임 1년을 평가한 각종 여론조사와 외신 분석에서는 오히려 피로감과 냉각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강점으로 내세워온 경제 분야에서 경고음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방향을 틀 기미가 없습니다. 집권 2년 차로 접어들며 선거 과정에서 예고했던 '보복'을 현실 정치로 옮기듯, 정책 기조와 권력 행사는 오히려 더 거칠어지는 양상입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Mar-a-Lago)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취임 1년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에도 ‘트럼프식 통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사업가 대통령'의 역설…발목 잡는 '경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집권 2기 취임 1년을 맞습니다. 트럼프 취임 1년을 관통하는 숫자는 '40%'입니다. AP-NORC, 로이터/입소스 등 주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대체로 40% 안팎에 머물렀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월 중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부정 평가가 54%로, 긍정 평가(45%)를 9%포인트 앞질렀습니다.
이번 1년 평가에서 가장 치명적인 지점은 '경제'입니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지난 1년간 경제 상황이 나빠졌다고 느꼈고, 응답자의 58%는 현 경제 여건의 주된 원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지목했습니다. 이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정책을 원인으로 꼽은 응답(31%)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WSJ>은 "유권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운용 방식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으며, 이는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백악관에 분명한 경고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유권자 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와 민생보다 외교·안보 현안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WSJ> 조사에서 응답자의 53%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를 희생하면서 불필요한 외교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관세전쟁 재점화가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인 존 안잘론은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이기 때문에 경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의 최대 강점을 오히려 최대 약점으로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SNS.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무효화될 경우 “미국이 끝장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며 자신을 ‘관세 왕(The Tariff King)’으로 부각시켰다. (사진=연합뉴스)
관세전쟁 '시즌 2'…트럼프 자신을 '관세왕'으로 부각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노선을 수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집권 2년 차에 접어들며 강경 일변도의 통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린란드 지지 국가에 대한 보복성 관세, 이란 교역국을 겨냥한 2차 관세, 반도체 관세 등으로 관세전쟁 '시즌 2'에 본격적으로 들어갔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무효화될 경우 "미국이 끝장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며 자신을 '관세 왕(The Tariff King)'으로 부각시키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이를 단순한 여론 무시라기보다 계산된 정치적 선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가 "의회의 동의나 복잡한 입법 절차 없이도 즉각적인 압박 효과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책 수단"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관세를 트럼프 정치의 상징적 수단으로 지목하며 "관세는 정책 효과 못지않게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최적화된 도구"라고 짚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전통적인 무역정책이 아니라 권력 과시와 협상 지렛대를 결합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관세 위협을 통해 단기간에 주도권을 장악하는 방식을 쉽게 놓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단순한 무역정책이 아니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왔습니다. 그린란드 병합 문제, 이란 압박, 반도체 생산 이전 등 외교·안보·산업 정책을 관세 한 가지 수단으로 엮어 압박하는 방식입니다. 변수는 '중간선거'입니다. 관세 부과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체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이는 곧바로 정치적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고강도 관세 위협을 이어가되 실제 집행과 협상 국면에서는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FT>는 "세계 주요국들이 단순한 관세 인하 협상이 아니라 투자 확대, 공급망 재편, 안보 협력 등을 묶은 '복합 패키지'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습니다. 이 경우 관세전쟁은 단기간에 정리됐던 지난해와 달리 훨씬 길고 복잡한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