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현 재판부 "12·3 계엄 선포는 '내란죄 실행' 착수'"

윤석열 '체포방해' 1심 판결문 분석
법원, '메시지 계엄' 주장 모순 지적

입력 : 2026-01-21 오전 9:16:34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씨 체포방해 등 혐의 1심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내란죄 실행의 착수로 평가될 수 있다”라고 판결문에 적시했습니다. 윤씨가 그간 주장한 ‘메시지성 계엄’ 논리에 관해서도 모순된 주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하고 있다. (사진=서울중앙지법 중계방송 갈무리)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윤씨의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 1심 판결문에서 ‘윤씨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계엄군 배치 등으로 이어져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라는 취지로 판단하고 윤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국무회의 심의권 침해 혐의와 관련해 윤씨 측의 이중 기소 주장을 기각하며 이같은 논거를 제시했습니다. 윤씨 측은 내란수괴 혐의로 재판 중인데, 특검이 내란죄에 흡수되는 국무회의 심의 관련 공소사실로 이중 기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먼저 10·26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인용,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될 수 있는 협박은 사람을 강압해 외포심을 일으키게 할 만한 해악의 고지 전반을 의미하는 최광의의 것”이라며 “이를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행위까지도 포함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앞선 법리) 따라 이 사건 계엄의 선포가 뒤이은 계엄군의 배치 및 포고령 등 후속조치와 불가분하게 이어져 총체적으로 헌법기관을 강압할 수 있는 수단이 돼 이를 폭동으로서의 협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내란죄 실행의 착수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이 한 국무회의 소집 행위는 이 사건 계엄 선포 행위 이전에 이뤄진 것”이라며 “국무회의 소집 행위는 (피고인이 한 이 사건 계엄 선포 및 후속 조치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봐도) 내란죄 실행의 착수 전 단계에서 행해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윤씨의 ‘평화적 메시지성 계엄’ 주장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혐의에서 윤씨의 고의성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판단입니다. ‘계엄이 너무 긴급해 사전에 선포문을 작성할 수 없다’는 윤씨 주장과, 동시에 ‘이번 계엄은 물리적 조치가 없는 메시지용’이라는 윤씨 주장이 충돌한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메시지 계엄’ 주장에 따르면 이 사건 계엄 선포 이전에 국무총리 등의 사전 부서(副署)를 거치지 못할 정도로 긴급성 및 보안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상황이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계엄 선포의 경우 긴급하고 보안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후 부서가 가능했다고 생각했다는 피고인의 주장과 서로 모순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이번 계엄 문건과 1980년대 계엄 문건의 유사성을 근거로 윤씨 측 주장을 기각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윤씨가 선포한 12·3 비상계엄, 최규하 전 대통령이 선포한 5·17 계엄, 전두환씨가 선포한 10·16 계엄 관련 문건 11개를 첨부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선포문은 1980년 5월17일 계엄 선포문 및 1980년 10월16일 계엄 선포문과 제목·내용 등이 매우 흡사하다”며 “과거 비상계엄 선포 문서와 유사성 등을 종합해 보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이 사건 계엄이 헌법 82조에서 정한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절차적 요건을 갖췄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이 문서를 기안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윤씨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을 인정하면서 “신속한 수사를 통해 정의를 실현할 필요도 있다”고 했습니다. 체포 방해 혐의에서 공수처가 윤씨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윤씨 측 주장을 기각하며 나온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에 우선적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 범위 관련) ‘직접 관련성’은 검찰청법상 직접 관련성보다 넓게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며 “직권남용 혐의와 내란우두머리 혐의가 동일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직접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나아가 직권남용 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란우두머리 혐의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점, 내란우두머리 범죄 특성상 신속한 수사를 통해 정의를 실현할 필요도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관련성 역시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윤 씨가 검사 시절 수사를 이끌었던 ‘국정원 댓글 사건’의 판례를 근거로 윤 씨 측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윤씨 측은 공수처가 경호처장 승인 없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대통령 관저를 수색해 위법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17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판례를 인용, 직무상 비밀에 관한 물건 압수에 대한 승낙 거부 사유인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판단 권한은 해당 공무소가 아닌 법원에 있단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윤씨는 2012년 특별수사팀장으로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수사를 지휘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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