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200년 넘게 전 세계 제조업의 심장 역할을 해온 증기(Steam) 생산 방식이 화석연료를 벗어나 전동화(Electrification)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MIT 출신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이 기존 가스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는 고효율 산업용 히트펌프를 개발해 ‘탄소 없는 스팀’ 시대를 예고했습니다.
MIT 뉴스는 MIT 출신의 애디슨 스타크(Addison Stark) 박사가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 ‘애트모스제로(AtmosZero)’가 산업용 증기 보일러를 전기화할 수 있는 모듈형 히트펌프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증기 보일러를 전기화하기 위해 개발된 모듈형 열펌프가 산업의 탈탄소화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기대된다.(사진=AtmosZero)
설비 교체 없는 ‘드롭인’ 방식
현재 식품, 제약, 화학, 제지 등 대부분의 제조 공정은 물을 끓여 만든 고온의 증기를 열원으로 사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석탄이나 가스를 태우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량의 약 5%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전기 저항식 보일러는 운영 비용이 지나치게 높고, 히트펌프 기술은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고온을 맞추지 못해 전동화의 불모지로 여겨져 왔습니다.
애트모스제로는 독자 개발한 초고효율 압축기 기술을 통해 이 난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들이 개발한 1메가와트(MW)급 시스템은 최대 섭씨 150도(℃)의 고온 스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존 전기보일러 대비 전력 소비량을 50%나 줄여,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드롭인(Drop-in) 설계입니다. 스타크 CEO는 “공장들이 전동화를 위해 전체 제조 공정을 뜯어고칠 수는 없다”라며 “기존 가스보일러 자리에 그대로 갖다 놓기만 하면 작동하도록 복잡성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폐열(버려지는 열)을 회수해야만 효율이 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주변 공기(외기)의 열만으로도 고온 스팀을 만들어낼 수 있어 설치 제약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우리가 실제로 제공하는 것은 유연성, 그리고 쉽게 설치되어 총 자본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시스템은 고객의 시설에 도착하면, 오후 한나절 만에 설치될 수 있고, 가동 중단 시간 없이 며칠 내에 실제 운영될 수 있다고 신속성을 강조합니다.
애디슨 스타크 CEO는 “스팀은 산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동 유체이자 모든 공정의 기반”이라며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닌,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경제성을 갖춘 표준화된 제품만이 산업계의 탈탄소화를 이끌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증기 보일러를 전기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접근법으로 제시된 모듈형 열펌프 설치 개념도.(이미지=AtmosZero)
제조업 탄소 배출 줄일 솔루션
MIT 기술정책프로그램(TPP)을 거쳐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고등연구계획원(ARPA-E)에서 근무했던 그는 지난 2020년 학술지 <줄(Joule)>을 통해 산업용 열의 탈탄소화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 그는 “아무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아 직접 기술 개발과 창업에 뛰어들었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애트모스제로는 미 콜로라도주 러브랜드(Loveland) 인근 시설에서 650킬로와트(kW)급 파일럿 시스템을 가동 중이며, 향후 1~2년 내 초기 물량을 인도하고 이후 연간 수백 대 규모로 생산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기술이 철강이나 시멘트 등 특정 분야를 넘어, 스팀을 사용하는 제조업 전반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범용적인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