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추진 중인 콘텐츠 사용대가 산정 기준을 둘러싸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업계와 케이블TV 사업자(SO) 업계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PP 업계는 해당 기준이 사실상 콘텐츠 대가를 일방적으로 삭감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반면, SO 업계는 유료방송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인 기준이라는 입장입니다. 유료방송 시장 침체 속에서 콘텐츠 비용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입니다.
2일 PP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와 한국방송채널사용사업자협회, PP협의회는 최근 공동 성명을 내고 케이블TV 사업자들의 대가산정 기준 강행 방침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과 형평성을 모두 상실한 기준"이라며 전면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PP 업계는 지난해 1월 SO협의회가 대가산정 기준 초안을 공개한 이후 줄곧 문제점을 지적해왔지만, 실질적인 협의 없이 기준이 확정됐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형평성 논란이 크다는 입장입니다. PP 업계는 다년 계약이 이미 체결된 지상파 재송신료에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결국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PP에게만 대가 산정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경우 콘텐츠 대가 삭감이 PP에 집중되는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PP 업계는 SO 업계의 경영 악화 책임을 콘텐츠 비용 절감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2020~2024년 PP 업계의 콘텐츠 제작비는 연평균 6.9% 증가한 반면, 광고 매출은 연평균 3.8% 감소해 제작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가 산정 기준이 적용될 경우, 주요 MSO 기준으로 향후 3년간 약 775억원 규모의 콘텐츠 사용료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PP 업계의 추산입니다. PP 측은 "콘텐츠 대가 삭감은 곧 제작 투자 위축과 콘텐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대해 케이블TV 업계는 PP 업계의 주장이 과도하다고 반박했습니다. SO 업계는 SO와 PP는 산업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SO는 정부 허가를 받아 운영되는 사업자로, 요금과 채널 편성, 약관 변경 등에서 강한 규제를 받는 반면, PP는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다양한 플랫폼에 자유롭게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PP들이 실시간 채널과 주문형비디오(VOD) 콘텐츠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유튜브, FAST 등 경쟁 플랫폼에 홀드백 없이 유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SO 업계는 "이런 유통 구조가 케이블TV 플랫폼의 가치와 가입자 감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입자 수 감소와 홈쇼핑 송출 수수료 축소 역시 SO만의 경영 성과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대가 산정 기준이 곧바로 콘텐츠 대가 총액 삭감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습니다. SO 업계는 해당 기준이 매출 연동 구조로 설계돼 있어 SO 매출이 늘어나면 콘텐츠 사용료 총액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기존처럼 채널별 협상력에 따라 사용료가 결정되는 방식이 아니라, 객관적인 성과 평가를 통해 산정하는 구조인 만큼 채널별로 보면 오히려 사용료가 인상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협상력이 약했던 중소 PP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