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법원은 위례신도시 개발비리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 기소의 법리적 한계를 명시적으로 지적했습니다. 당시 판결문을 살펴보니 법원은 대법원 판례에 비춰 검찰이 공소사실도 잘못 특정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검찰은 이를 바로잡아도 공소시효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법리에서도 공소시효에서도 검찰 기소의 미흡함이 드러난 셈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 등과 공모, 2013~2018년 위례신도시 개발에 관한 내부정보를 이용해 210억원 상당의 개발사업 배당이익을 얻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 등에게 적용된 옛 부패방지법 7조의2는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행위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위례신도시 개발 관련 내부 정보가 '비밀'인 점은 인정했으나, 그 정보를 알았다고 해서 곧바로 배당이익을 얻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배당이익은 사업자 선정부터 분양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발생하는 결과물이어서, 비밀 이용 행위와 배당 사이의 인과관계가 너무 멀다는 취지입니다.
특히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남 변호사 등이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로 지정된 자체를 재산상 이익으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배당이익을 재산상 이익으로 본 검찰 공소사실이 잘못됐다는 겁니다. 이 부장판사는 "공직자가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물건을 매수했을 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범죄가 성립된다"며 "비밀이 공개된 뒤 범죄로 인한 이익을 현실화해야 비로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범죄가 성립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업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자 지위 자체도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법리에 따라 이 부장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 전 본부장 등이 이 사건 정보를 이용해 구체적으로 이익이 실현된 배당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 전 본부장 등은 이 사건 정보를 이용해 개발사업자 지위를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공소사실은 사업자 지위를 재산상 이익으로 적시하지 않았으므로, 유 전 본부장 등이 사업자 지위를 취득했는지 여부에 관해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검찰 기소가 잘못됐으나, 법원은 검찰의 공소 제기 범위 내에서만 판단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검찰이 항소심에서 1심 법원의 지적을 수용(공소장 변경)하려 해도 실익이 없다는 점입니다. 민간업자들이 사업자로 선정된 시점은 2013년 12월로, 부패방지법 공소시효(7년)를 적용하면 이미 2020년 12월에 시효가 끝났습니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은 시효가 이미 지난 2022년 10월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검찰의 무리한 기소 관행이 또 드러났다고 비판합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시효가 지난 사건을 억지로 기소하기 위해 인과관계가 먼 배당이익을 가져다 붙인 것"이라며 "항소심에서 내용을 바꿔봤자 시효 만료에 따른 '면소'(판결 없이 소송 종결) 판결을 피하기 어려워 검찰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