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기호 선임기자]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이 10일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토마토 <이광재의 끝내주는 경제>에서 “한미 동맹과 대중국 관계를 잘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곳에 우리의 바둑돌을 둬야 한다”며 아세안과 몽골, 호주, 중앙아시아, 중동 등을 꼽았습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어디에 바둑돌을 둘 것인가가 많은 외교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하고, “6억8000만 인구의 아세안을 비롯한 주요 국가·지역에 바둑돌을 가지고 있으면 협상력이 커질 것이고 입지가 없으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호재 아시아비전포럼 사무국장은 “신남방정책 시절에 비해 아세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학술적 열기가 식었고, 캄보디아 스캠(사기) 사건과 정치 불안으로 인해 부정 인식이 확산됐다”고 말하면서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주요 4개국의 잠재력에 주목했습니다.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과 정호재 아시아비전포럼 사무국장이 아세안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 뉴스토마토)
정호재 “대중국 의존 높아지며 한국 파트너로 원해”
특히 기업 현장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습니다. 정 국장은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미국과 중국의 생산기지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을 이미 아세안으로 옮겼다”며 “아세안이 없으면 한국의 존립이 어려울 정도로 생산과 투자·공급 체인이 깊게 얽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부 하노이와 남부 호찌민이라는 2개의 성장 엔진이 경쟁하며 매년 8%대 성장을 기록 중인 베트남은 철저한 실용주의로 대미 관계를 개선하며 ‘포스트 차이나’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습니다. 반면 ‘아세안의 절반’인 인도네시아는 3억명에 육박하는 거대한 내수시장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 체제와 ‘중진국의 함정’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 국장은 시스템적으로 선진국에 가장 근접한 말레이시아를 중동과 아세안을 잇는 다리이자 반도체산업 파트너로, 비록 큰 시장은 아니지만 한국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국가로 꼽았습니다. 또 식민지 경험이 없는 자존심 강한 나라 태국은 아세안의 중심지로서 서비스산업과 물류 인프라를 갖춘 전략적 요충지이자 동남아시아의 수도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신고립주의’와 중국의 부상 속에서 한국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는 “현재 아세안은 거대한 지정학적 격변기”라며 “미국이 필리핀-대만-일본 노선까지만 지키는 신고립주의 경향을 보이면서 빈자리를 중국이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고 분석하고, “대중국 의존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아세안 국가들은 역설적으로 한국을 파트너로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과 정호재 아시아비전포럼 사무국장이 미국의 ‘신고립주의’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광재 “아세안 인재들 한국 유학 오게 하자”
정 국장은 한국이 나아갈 방향으로 ‘제도 통합’과 ‘인재 육성’을 꼽았습니다. 그는 “FTA를 넘어 금융, 서비스, 기술표준 등에서 한국의 제도를 아세안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특히 아세안의 엘리트 인재들이 한국에서 교육받고 돌아가 한국 친화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돕는 ‘인적 투자’가 국가전략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제언해 주목받았습니다.
이 전 총장도 “우리가 아세안에 진출할 뿐 아니라 아세안의 유능한 인재가 한국으로 와야 한다”며 20세기 초반 아시아 인재들이 일본 유학을 선택했던 사실을 인용했습니다.
이어 “아세안의 엘리트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와야 한국에 기회가 있다”며 “한국어 시험 성적이 좋으면 체류 기간을 연장해주는 방식으로 서로가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전 총장은 “항상 세계를 전체적으로 보면서 살아가려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며 “정규교육 과정을 통해 세계사와 지리를 충분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어렸을 때부터 지구 전체를 보고 훈련하는 교육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이기호 선임기자 acts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