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가맹점 10곳 중 9곳 수수료 우대…"영세업자 맞아?"

입력 : 2026-02-18 오전 9:56:33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카드 가맹점 10곳 중 9곳 이상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면서 소상공인 보호 제도 취지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세·중소가맹점 기준이 과도하게 넓게 설정돼 사실상 대형 가맹점까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영세 가맹점들은 이미 낮아진 수수료 수준에 큰 불만이 없지만 수수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곳은 주로 대형 가맹점들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실상 전 가맹점 우대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영세·중소 가맹점 약 308만7000곳에 지난 14일부터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했습니다.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 322만5000곳 가운데 95.7%가 상반기 우대수수료율 대상입니다. 이들 가맹점에는 연매출에 따라 신용카드 0.4~1.45%, 체크카드 0.15~1.15%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합니다.
 
지난해 하반기 신규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개업해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받았지만 이번 심사에서 연매출이 영세·중소 가맹점 기준 포함된 15만9000곳에 대해서는 우대수수료율을 소급 적용합니다. 각 카드사는 해당 가맹점의 카드대금 입금 계좌로 소급분을 환급할 예정입니다.
 
업계에서는 우대수수료율 기준이 넓어 규모가 큰 사업장까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카드 가맹점을 이용하는 대부분 사업자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상황입니다. 매출별로 살펴보면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이 약 232만5000곳, 3억~5억원 28만7000곳, 5억~10억원 28만1000곳, 10억~30억원 19만4000곳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우대수수료율 기준이 지나치게 완화돼 있다"면서 "월 매출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사업자까지 소상공인 범주에 포함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려운 사업자를 지원하자는 취지가 결과적으로 규모가 큰 가맹점에까지 혜택을 주는 구조가 됐다"며 "이 때문에 카드사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연매출 5억~10억원 가맹점은 월 4200만~8300만원, 연매출 10억~30억원 가맹점은 월 8300만~2억5000만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데요. 해당 구간 사업자들까지 소상공인 범주에 포함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사업자 수 증가와 경기 악화가 맞물리면서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 가맹점이 계속 늘고 있는 점도 업계 부담 요인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영세·중소 가맹점 수는 2021년 상반기 278만6000개에서 올해 상반기 약 30만개 증가했습니다.
 
우대수수료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는 연매출 3억원 이하와 3억~5억원 이하 가맹점에만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1월 우대 구간을 확대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연매출 5억~30억원 가맹점까지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당시 약 30만 사업자가 새로 편입됐으며 이때 경감된 수수료 규모는 약 58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대형 가맹점까지 우대 대상에 포함되자 연매출 30억원을 초과하는 가맹점들 사이에서도 수수료 인하 요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혜택을 받는 사업자가 늘어난 만큼 자신들도 수수료를 인하해 달라는 취지입니다. 업계에서는 영세 가맹점 지원이라는 정책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규모가 큰 가맹점까지 인하 요구에 나서면서 카드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미 연매출이 낮은 가맹점들은 세액공제를 포함하면 수수료 부담은 적거나 오히려 이득을 보는 상황"이라면서 "영세하지 않은 가맹점들이 포함되면서 카드사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2024년 카드수수료율이 또 한 번 내려가면서 약 3000억원 부담을 또 지게 됐다"면서 "이렇게 설정해 버리니 연매출 30억원 이상되는 가맹점들도 수수료를 계속 낮춰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카드사 수익 곤두박질
 
카드사들은 지속적인 카드수수료율 인하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경기 침체와 이자비용 부담까지 겹치면서 실적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카드사는 희망퇴직, 성과급 미지급 등 비용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 등 6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누적 순이익 합계는 2조1708억원으로 전년(2조3245억원)보다 6.6% 감소했습니다. 카드사별로 보면 삼성카드(029780)는 6459억원으로 -2.8%, 신한카드는 4767억원으로 -16.7%, 국민카드는 3302억원으로 -18%, 하나카드는 2177억원으로 -1.8%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현대카드와 우리카드만 각각 10.7%, 1.9% 증가했습니다.
 
카드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계속 악화하면서 내부 조직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기본급의 200~3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왔던 신한카드는 올해 처음으로 성과급 대신 월 급여 100%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6월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7개월 만에 직급과 나이에 관계없이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추가 희망퇴직 신청도 받았습니다.
 
하나카드에서는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하나카드 노동조합은 전년과 동일한 기본급 300%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100%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 카드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사측과 노동자 간 갈등 역시 결국 정부 정책에서 비롯됐다"면서 "가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이례적이고 우리나라 업종 가운데서도 카드업계가 사실상 유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우리카드, 롯데카드 간판 모습. (사진=각 사)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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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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