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입법 전쟁'의 막이 올랐습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은 민주당의 주요 공약인 '사법 개혁'입니다. 법원이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에게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사법부를 향한 압박 수위는 높아질 전망입니다. 이와 맞물려 민생과 직결된 대미투자특별법(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 등의 입법 지연이 예상되는 만큼 민주당은 개혁과 민생 법안 사이 '딜레마'에 놓여 있습니다.
민주, 비상입법 체제 전환…'24일 본회의' 요구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은 입법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민생·개혁 입법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아동수당법, 응급의료법, 정보통신망법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민생 법안들이 여전히 본회의에 계류돼 있다"며 "3차 상법 개정안과 행정통합법안, 국민투표법 개정, 검찰·사법 개혁 법안 등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민생과 개혁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 원내대표는 민생·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 우원식 국회의장을 찾아, 오는 24일 본회의 개최를 건의했습니다. 그는 우 의장과의 만남 이후 취재진에게 "(우 의장이) 양당 간 논의를 더 해보라고 해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국회의 입법 가속을 재촉했던 터라 전체 상임위원회를 비상 입법 체제로 전환해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 원내지도부의 구상입니다.
민생 법안의 국회 통과가 바쁜 가운데 화약고는 사법 개혁안입니다. 민주당은 오는 22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사법 개혁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검찰 개혁안은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로 인한 후속 조치인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을 뜻합니다. 사법 개혁안은 대법관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법왜곡죄(형법 개정안)입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이달 중 사법 개혁안 처리를 못 박은 데다 여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또한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1일 대법관증원법과 재판소원법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법 개혁안 일방 추진에 반발하며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꺼내 들었습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철갑 방탄 3법'은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덜겠다며 재판 지연과 비용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법"이라며 "이 대통령은 헌법 수호의 책무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거부권 행사로 멈추고 국민과 함께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직격했습니다.
국힘 보이콧 시사에…설 직후 정국 '급랭'
조만간 개최될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사법 개혁안을 우선 처리할 경우 민생 법안 처리는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전과 같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합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맞대응에 나선다면 하루에 법안을 1개씩만 처리할 수 있는 만큼 입법에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대미투자법 지연'은 딜레마입니다. 국민의힘은 대법관증원법·재판소원법의 법사위 강행 통과를 이유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대미투자특위)를 보이콧한 바 있습니다. 여야 합의로 출범한 대미투자특위의 활동 시한은 내달 9일입니다. 특별법 심사까지 시간이 촉박한 것은 물론,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어 여야 협의도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는 24일 입법 공청회와 25일 법안 심사가 예정돼 있다"며 "일정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는) 나라와 기업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일"이라며 "여기에 대한 파행은 제1야당으로서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