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유가 파고에…고물가·고환율·고금리 '삼중고'

100달러 넘긴 유가…물가·환율·금리 상승 압력 ↑
고유가 장기화 우려 ↑…'S 공포' 골든타임 4주

입력 : 2026-03-13 오후 5:21:28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윤금주 수습기자] 한국 경제가 글로벌 고유가로 인해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중고' 위기에 휩싸이면서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유가 급등은 물가와 환율을 밀어 올립니다. 물가가 상승하면 금리 인상 압박도 커지며 고금리는 소비 위축으로 연결됩니다. 최악의 경우 경기는 둔화하는데, 물가는 뛰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경제에 뒤덮인 이른바 '3고' 불안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3년7개월 만에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 마감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기준인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9.2% 급등했습니다. 브렌트유가 종가 기준 100달러선 위에서 마감한 것은 2022년 8월 이후 3년7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도 배럴당 95.73달러로 전장보다 9.7% 상승했습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대로 급등한 배경에는 미국·이란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적(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적이 경험하지 못했고 취약한 '제2의 전선'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며 지금까지의 방어적인 태세를 공격적으로 전환하고 전선을 넓히겠다는 의지도 밝혔습니다.
 
반면 미국은 현재로선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호위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여기에 세계 각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방침도 유가를 진정시키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키웠고, 또다시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환율 '급등'·증시 '추락'·금리 '출렁'…장기화 땐 'S 공포' 현실화
 
문제는 이 같은 고유가 영향이 우리나라 실물 경제에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가 급등과 함께 환율 급상승은 물론, 증시 추락도 동반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4원 오른 1490.6원으로 개장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 12.5원이나 오른 1493.7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코스피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72% 하락한 5487.24로 장을 마치면서 5500선이 무너졌습니다. 
 
고유가·고환율은 물가 상승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기업의 생산비용 부담이 높아지면서 결국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면서 시장 금리도 출렁이고 있습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일제히 상승했는데, 이날 오전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8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299%를 기록했습니다. 10년물 금리도 연 3.678%로 2.9bp 상승했으며, 5년물과 2년물도 각각 연 3.517%, 연 3.175%에 거래되며 일제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면서 통화정책도 발목이 잡힙니다.
 
더욱 큰 문제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는 경우입니다. 고유가가 길어지면 성장 발목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간신히 지펴놓은 경제 회복의 불씨가 꺼지는 것은 물론, 경기 침체 국면으로의 진입도 피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 달, 즉 4주가 중동발 충격이 실물 경제 침체로 옮겨갈지를 결정할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며 물가 잡기에 나서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4주 정도가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유가가 오르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물가 역시 오를 텐데,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국내 실물 경제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중동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로 넘어선 가운데, 13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 ·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윤금주 수습기자 nodrin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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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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