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비효과…달러예금·금통장 '쌍끌이'

입력 : 2026-03-16 오후 4:49:23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중동 지역 전쟁 긴장이 고조되면서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주변국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외화예금과 금 통장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모습입니다.
 
원·달러 환율 1500원…요동치는 외화예금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나드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시중은행 달러예금 잔액도 환율 흐름에 따라 크게 출렁이고 있습니다. 동시에 금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면서 은행 골드뱅킹 잔액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주 금요일 주간거래 종가보다 7.3원 오른 1501원으로 장을 시작했습니다. 출발 후에는 소폭 하락해 149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3.8원 상승한 1497.5원으로 마쳤습니다. 
 
통상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금 가격은 약세를 보이는데요. 최근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지정학적 위기와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이 달러와 금을 동시에 사들이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합산 잔액을 보면 환율이 상승할 때는 차익실현 목적의 달러 매도가 늘고, 환율이 하락하면 저가 매수 수요가 유입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환율이 1476.20원을 기록했던 지난 3월4일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약 644억9268만달러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환율이 1495.50원까지 치솟은 9일에는 잔액이 637억8005만달러로 하루 만에 6억9587만달러 줄었습니다.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자 환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나온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환율이 1460원대로 내려왔던 11일에는 다시 5억6401만달러가 유입되며 잔액이 641억4765만달러로 늘었습니다. 환율이 조정을 받자 달러를 저가에 매수하려는 수요가 유입된 것입니다. 환율이 다시 1493.70원까지 상승했던 13일에는 15억9013만달러가 빠져나가며 조사 기간 중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환율 급등 구간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값 '1돈 100만원 시대' 골드뱅킹 인기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의 양대 산맥인 금값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해 공급망 불안과 화폐 가치 하락 우려가 겹치면서 금값은 1돈(3.75g)에 100만원이라는 기록적인 시대를 열었습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금 가격은 올해 1월21일 종가 기준 100만9000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100만원선을 넘어섰습니다. 2월28일에도 100만원대를 유지하다 중동발 리스크가 터진 뒤 3월3일에는 110만원대까지 더 올랐습니다. 이날도 100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나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때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위험 자산을 회피하려는 자금은 빠르게 시중은행 '골드뱅킹(금 통장)'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실제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금 통장을 취급하는 3개 은행의 잔액 추이를 살펴보면 이달 4일 2조3744억원이었던 합산 잔액은 중동 리스크가 격화된 9일 2조4088억원까지 치솟으며 344억원 급증했습니다. 실물 금을 직접 보유하기 부담스러운 개인투자자들이 소액으로도 금에 투자할 수 있는 통장으로 몰리면서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은행 창구 문의 쇄도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 창구에는 중동 관련 뉴스가 속보로 전해질 때마다 달러 예금과 금 통장 가입을 문의하는 고객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자산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달러와 금 위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합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동 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달러와 금값이 동반 상승하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수록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는 만큼 무작정 추격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분산투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단기적인 가격 급등에 휩쓸리기보다는 자산 비중을 조절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박태형 우리은행 PB지점장은 "금 투자는 단기 매매보다는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투자 성향에 따라 전체 자산의 5~20% 수준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면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최근 금 가격이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는 구간이 나타나고 있어 금 보유 비중이 낮은 투자자라면 분할 매수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달러 투자와 관련해서는 환율 급등 국면에서는 일부 차익실현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박 지점장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달러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최근 환율 급등 구간을 환차익 실현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도 가능하다"면서 "향후 환율이 안정될 경우 다시 달러 자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원덕 하나은행 PB팀장은 장기적으로는 금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김 팀장은 "과거에는 달러가 사실상 유일한 기축통화였지만 최근에는 미국 중심의 패권 정책과 블록경제 흐름이 강화되면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량을 빠르게 늘리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인 자산가치 보존 측면에서는 금이 여전히 강력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극단적으로 커지는 국면에서는 오히려 안전자산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주도 자산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중동 지역 전쟁 긴장이 고조되면서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주변국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외화예금과 금 통장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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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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