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신한은행에서 초과근무 승인 절차를 생략하거나 근무 기록을 누락하는 이른바 '무임금 초과근무'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내부통제 문제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신한은행은 현재도 본점 부서나 지점 평가 부담 등을 이유로 타인 계정으로 접속하거나 공용 아이디를 돌려쓰며 근무 기록을 남기지 않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데요. 금감원은 단순힌 근무 관리 차원을 넘어 금융기관 전산 시스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계정 공유·우회 접속, 전산 통제 사각지대 우려
금감원은 신한은행 초과근무 논란과 관련해 내부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해당 사안이 1차적으로는 근로기준법상 노사 문제에 해당하지만 전산 통제나 계정 관리 문제 등이 확인될 경우 내부통제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검사 여부 등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9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근로시간과 관련된 부분은 기본적으로 노사 간 문제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노사 문제 상황에서 전산이나 계정 관리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다면 내부통제 관점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특히 직원 간 계정 사용이나 공용 계정 활용 등 전산 통제와 관련된 문제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은행의 전산 시스템은 '누가, 언제, 어떤 단말기에서, 어떤 업무를 처리했는지'에 대한 로그인 기록에 따라 운영하는데요. 만약 직원이 본인 계정을 로그아웃한 뒤 타인의 계정으로 접속하거나 공용 계정을 이용해 업무를 지속할 경우 해당 시간대에 발생한 금융 거래나 정보 조회에 대한 실제 행위자를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은행 전산망은 자금 이체와 고객 정보 접근 등 민감한 권한이 얽혀 있는 만큼 오류에 엄격해야 합니다. 초과근무 기록을 피하기 위해 타인의 아이디를 빌려 쓰거나 우회 접속하는 행위가 묵인된다면 향후 횡령이나 정보 유출 등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가릴 수 없는 보안 공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하거나 공용 계정을 활용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면 이는 전산 통제나 내부통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그런 문제는 내부통제 이슈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현재 노사 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있는 단계"라며 "노사 간 문제가 결론이 나고 이와 관련된 사실관계가 확인된다면 감독기관에서도 내부통제든 근로기준법이든 문제가 없는지 따져볼 사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조 "영업점·본부서 무임금 초과근무 관행"
앞서 신한은행 노조는 무임금 초과근무가 현장에서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신한은행지부는 영업점과 본부 부서를 대상으로 점검을 진행한 결과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식의 초과근무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은 PC 사용 시간이 자동 기록되는 전산 환경을 피하기 위해 기존 계정에서 로그아웃한 뒤 다른 사용자 계정으로 전환해 업무를 이어가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른바 '알트+탭(Alt+Tab)' 방식으로 계정을 전환해 시스템상으로는 기존 계정 사용이 종료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PC에서 업무를 이어가는 구조라는 설명입니다.
또 키보드 입력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마우스 조작만으로 계정을 전환해 접속을 유지하는 사례도 확인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밖에도 자율출퇴근제 시스템의 등록 시간을 반복 수정해 PC 사용 가능 시간을 늘리거나 초과근무로 발생한 보상휴가를 실제로 사용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소진 처리하는 방식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무임금 초과근무 논란의 배경으로는 업무 과중과 관리자 평가 구조가 꼽힙니다. 노조 측은 초과근무 기록이 지점장이나 부서장 평가에 반영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관리자들이 초과근무 승인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초과근무 시간이 많을수록 평가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현장에 퍼지면서 승인 자체를 회피하거나 편법적인 근무 방식이 나타났다는 설명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특정 지점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것이 현장의 인식"이라며 "승인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직원들이 승인 없이 근무하거나 편법적인 PC 사용 방식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신한은행 측은 노조가 제기한 내용과 관련해 조직적으로 해당 관행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일부 개별 사례가 존재할 가능성까지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제도와 운영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근로시간 관리 문제를 넘어 금융회사 내부통제 체계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 전산 시스템은 업무 처리 이력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계정 관리와 접근 권한을 엄격하게 운영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서 발생한 부당 대출이나 금전 사고 역시 대부분 정해진 내부 절차와 규정을 따르지 않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그래서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 도입 등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인데 만약 근무시간 관리를 이유로 타인의 계정을 사용하거나 공용 계정을 활용하는 관행이 있었다면 단순한 근로시간 문제가 아니라 내부통제 문제로도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한은행에서 초과근무 승인 절차를 생략하거나 근무 기록을 누락하는 이른바 '무임금 초과근무'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도 이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초과근무 기록을 피하기 위해 타인의 계정으로 접속하거나 공용 아이디를 돌려 쓰는 등의 행태가 전산 시스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