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사철 왔는데 갈 곳 없는 세입자들

실거주 의무에 공급 줄고 계약갱신권 사용 늘어

입력 : 2026-03-23 오후 3:01:57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공급 부족과 제도 변화가 맞물리면서 경색되고 있습니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신규 계약은 줄어든 반면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 비중은 크게 증가했습니다. 전세를 찾는 수요는 꾸준하지만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부족해 ‘거래 실종’에 가까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23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지난 21일 기준 1만9171건에서 1만7395건으로 한 달 사이 9.3% 감소했습니다. 특히 노원구(-37.9%), 강북구(-37.3%), 종로구(-34.4%) 등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 감소 폭이 30%를 웃돌며 체감 부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수요 대비 공급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전세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크게 위축된 모습입니다.
 
현장에서는 ‘매물 실종’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전세 물건을 찾기 어려운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원구 월계동 3003가구 규모 ‘한진한화그랑빌’은 전세 매물이 한 건도 없는 상태이며, 월세 역시 2건에 불과합니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는 3800여가구에 달하지만 전세 매물은 2건뿐입니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역시 3500가구가 넘는 단지임에도 전세 매물이 단 1건만 있어 사실상 거래가 막힌 상황입니다.
 
이처럼 전세 물량이 줄어든 배경에는 복합적인 구조 요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선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늘어나며 기존 전세 물건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묶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 따른 2년 실거주 의무가 더해지면서 갭투자가 어려워졌고, 이는 신규 전세 공급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대출 규제 역시 전세 수요와 공급 모두에 영향을 주며 시장 경직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서울 노원구 한 부동산에 게시돼 있는 매물. (사진=뉴시스)

전문가 "당분간 전세시장 불안 이어질 것"
 
이러한 변화는 계약 구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가운데 재계약 비중은 51.8%를 기록하며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신규 계약보다 기존 계약 연장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입니다. 이는 세입자들이 이사 대신 기존 주택에 머무르는 경향이 강화됐음을 보여줍니다.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택지가 제한되자, 임차인들이 보증금 인상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재계약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수급 불균형은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1.3%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습니다. 개별 거래를 보면 상승세는 더욱 뚜렷합니다. 일부 단지에서는 1년 사이 전세가격이 5000만원에서 1억원가량 오른 사례도 확인됩니다. 이는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을 한층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임대차 시장의 구조 변화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집주인들은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목돈을 운용할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데다 향후 반환해야 할 전세금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세입자 역시 수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면서 월세나 반전세로 이동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규 계약에서 월세 비중이 절반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며 전세 중심 구조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부 수요자들은 전세를 구하지 못해 매매시장으로 방향을 바꾸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외곽 지역이나 수도권 인접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세시장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단기간 내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은 데다, 정책과 시장 구조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재계약 증가로 매물이 잠기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전세 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서울 전세시장은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구조적인 전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입니다.
 
전세 물량 감소와 재계약 확대, 월세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기존의 임대차 시장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실수요자의 선택지는 줄어들고 부담은 커지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장 안정화를 위한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적어도 연내 전세가격 상승과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지난주부터 서울은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매매보다 전세 변동률이 더 높게 나타나는 흐름도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매입임대 확대와 공공임대 시스템 개편(공실 관리 효율화, 신속한 입주자 선정), 상생임대인 제도 기한 연장 등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형 건설임대 사업자 육성과 주택 공급 확대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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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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