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선거철마다 불 붙는 금융기관 지방이전

입력 : 2026-03-26 오전 6:00:00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금융기관 지방 이전론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명분은 '지역균형발전'이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같은 정책금융기관은 물론 금융감독원, 농협·수협까지 이전 대상으로 거론된다.
 
실효성이 있느냐 논의는 역시 전무하다. 지방자치단체나 일부 지역구 국회의원이 유치를 희망하는 금융기관들은 본점 인력이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 기업은행은 1만3000명 중 2000명, 산업은행은 3400명 중 1500명 수준이다. 금감원, 수출입은행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 정도 인력 이동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는 입증된 적이 없다.
 
금융은 특히 더 그렇다. 금융산업 본질은 네트워크다. 정보와 의사결정, 금융 거래처가 밀집된 곳에서 경쟁력이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 서울·부산 등 금융 중심지를 선정하고 물리적인 거리를 좁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감독기관과 정책금융기관을 떼어내 지방에 흩어놓으면 효율이 올라가기는 힘든 구조다.
 
인력 이동도 현실적인 문제로 꼽힌다. 이전 논의가 나오면 조직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실제 지난 정부에서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이 추진되는 때 핵심 인력 이탈로 몸살을 앓았다. 실제로 산업은행 인력 상당수가 유관기관으로 이직했다. 준비 없이 이전을 밀어붙이면 조직은 껍데기만 남고 알맹이는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평일에는 지방 근무, 주말에는 수도권 생활. 가족 동반 이주가 어려운 구조에서 정주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방 이전이 단순한 소재지 이전에 그치면 '두 집 살림' 구조가 이어지고 주말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법적 장벽도 만만치 않다. 금융기관은 설립법에 본점 소재지가 서울로 명시돼 있다. 지방 이전을 추진하려면 법 개정이 필수다. 이는 행정부 의지만으로 가능한 사안이 아니다. 국회 협의가 필요한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면 논의는 쉽게 표류한다. 지역구 이해관계가 얽히면 당론을 통합하기도 어렵다. 선거 공약으로 던지기엔 지나치게 복잡한 문제다.
 
지금 논의는 '어느 금융기관이 옮겨질까', '어느 지자체가 유치할 것인가'에 머물러 있다. 지역균형발전의 본질은 산업 생태계 전략에서 논의되야 하는데 이전 주체인 금융기관은 빠져 있다. 금융기관 몇 개를 옮긴다고 금융 생태계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투자자·기업·인재가 모여야 하고 인프라가 결합돼야 완성형 자족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방법론은 방법론에서 과거 실패를 답습하고 있다. 금융기관 이전은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수 없다. 단순히 건물을 어디로 옮길 것인가가 아니라 도시에 채울 사람들의 삶과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해묵은 지방 이전 카드를 꺼내 들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이 답을 해야 한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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