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SK가스, 넷제로 외치고 R&D는 0원…'말뿐인 미래에너지'

1.6조원대 설비투자에도 3년간 R&D '제로'…'기술 홀대' 경영
원천기술 없는 '외주 R&D'…브릿지 연료 한계 속 기술 종속 우려
플레어 스택, 감시 사각지대 속 오염물질 배출 가능성 열어놔

입력 : 2026-03-27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24일 15:4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가스(018670)가 지난해 '넷제로 솔루션 프로바이더(Net Zero Solution Provider)'를 자처하며 친환경 미래 에너지 기업으로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선포했으나, 정작 이를 뒷받침할 핵심 기술 개발에는 단 1원의 예산도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미래 에너지'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외부 기술과 대규모 장치 산업에만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사업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플레어 스택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년 연속 R&D 배정 자금 '0원'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가스의 최근 3개년 연구·개발(R&D)비 지출 총액은 '0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연구개발비 지출액이 전혀 없으며, 이에 따른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 역시 3년 연속 '0.00%'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는 그간 LNG(액화천연가스)와 수소를 차세대 핵심 먹거리로 낙점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지속해왔지만, 자체적인 기술 개발 조직이나 전담 연구소조차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그간 회사는 친환경과 관련해 기술적 내실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은 '선언적 비전'만 제시해온 것이다.
 
SK가스는 자체 연구 조직을 운영하는 대신 관련 연구를 외부 용역이나 출자 법인인 대한LPG협회 등에 전적으로 위탁하고 있다. 대한LPG협회는 SK가스와 E1 등 LPG 수입사가 공동 출연해 설립한 기구로, 개별 기업의 독자적 연구보다는 산업 전체의 규모 확장을 위한 범용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주요 연구 과제는 주력 사업인 LPG의 수요 유지를 위한 기술들에 집중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1톤 트럭 등 LPG 화물차 전용 엔진 개발 및 고도화 △LPG 하이브리드 엔진 시스템 최적화 △선박용 LPG 벙커링 기술 및 안전 기준 마련 △대기오염 물질 저감을 위한 친환경 연료 첨가제 연구 등이다. 이들 연구는 사실상 시장 위축을 막기 위한 '방어적 R&D'의 성격이 강하다.
 
원천 기술의 부재는 기업의 독자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대한LPG협회와 같은 공동 출자 법인을 통한 연구는 결과물을 업계가 공유하는 구조인 만큼, SK가스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구축하기 어렵다. 또 외부 용역에 의존할 경우 연구 과정에서 축적되는 노하우가 내부 자산으로 내재화되지 못하는 '기술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독자 기술역량 측면에서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체 R&D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의 파트너십은 주도권 상실로 이어진다. 수소나 LNG 고도화 사업에서 파트너사가 핵심 기술을 통제할 경우, SK가스는 단순히 자본만 대고 설비를 운영하는 '관리자'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술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미래 에너지 기업의 본질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실제로 SK가스의 투자는 기술적 고도화보다는 가시적인 설비 인프라 확충에만 매몰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SK가스의 '건설중인자산' 규모는 1조 6045억원에 달한다. 이는 울산 GPS(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및 KET(코리아에너지터미널) 등 대규모 LNG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 자본적지출(CAPEX)이 반영된 수치다.
 
문제는 조 단위의 자금을 설비에 쏟아부으면서도, 정작 에너지 효율화나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에는 인색하다는 점이다. 주력 사업인 LPG가 탄소 배출에서 자유롭지 못한 화석 연료 기반의 '브릿지 연료'로서 생명력이 다해가고 있음에도, 자체적인 엔진 기술 고도화나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한 핵심 기술 투자보다는 유통 및 터미널 인프라 확보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브릿지 연료란 석탄·석유 등 고탄소 에너지에서 수소·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에너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과도기적 연료를 뜻한다. LPG는 석탄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적어 브릿지 연료로 꼽히지만, 결국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석 연료이기에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기술투자 부재…환경관리역량 한계로 '직결'
 
기술투자의 부재는 환경 관리 역량의 한계로도 이어진다. SK가스는 질소산화물(NOx) 배출 수치를 법적 규제치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실제 사업장 운영 지침상 비상 상황 시 '플레어 스택(Flare Stack, 가스 비상 배구)'을 통한 매연 배출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어, 실질적인 오염 방지 노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플레어 스택은 가스 누출 등 비상 상황에서 가스를 태워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필수 안전장치지만, 이 과정에서 대량의 탄소와 미세먼지 등이 배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플레어 스택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통상 사업장의 굴뚝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굴뚝 자동측정기기(TMS)가 설치되지만, 플레어 스택은 예외다.
 
플레어 스택은 비상시 공정 내 미반응 가스를 일시에 소각하기 때문에 불꽃의 높이가 최대 30m에 달하고, 내부 온도는 1300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극한의 환경 탓에 기존의 측정 장비를 직접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현재로서는 육안이나 광학적 기법을 이용한 간접 측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비상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유해 물질이 공중으로 살포되는지 기업도, 규제 당국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깜깜이 배출'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기술적 투자를 통해 이러한 비상 배출 상황을 최소화하거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연구가 병행돼야 함에도, SK가스는 실질적인 오염 저감 기술 개발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다.
 
측정되지 않는 연기 속에 포함된 유해 성분은 인체에 치명적이다. 플레어 스택의 불완전 연소 시 발생하는 대표적인 물질인 '카본 블랙(Carbon Black, 매연)'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인체 발암 가능 물질'이다.
 
이들 미세 입자는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폐 조직에 염증과 섬유증을 유발하며, 장기 노출 시 심혈관 질환이나 폐암 등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SK가스는 이러한 감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독자적인 모니터링 기술이나 오염 저감 설비 개발에는 손을 놓고 있다. 연간 1조 6000억원대 대규모 자본을 설비 확충에 쏟아부으면서도, 정작 인근 주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청정한 배출'을 위한 R&D 예산은 0원이라는 사실은 SK가스가 내세우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경영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자체적인 R&D 역량이 있다면 비상 상황에서도 오염 물질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도화된 정화 시스템이나 회수 기술을 개발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외주 의존 구조에서는 기존 설비의 매뉴얼을 준수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IB토마토>는 SK가스 측에 연구개발 조직 신설 및 전문인력 확보 계획과 플레어 스택 관련 R&D 계획, 그리고 홍보하고 있는 미래에너지의 구체적 실체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SK가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사는 에너지 수입 및 발전사로서 자체 R&D 시설이 반드시 필요한 사업 구조는 아니다"라며 "LNG를 브릿지 연료로 직도입하고 해수처리장치 등 친환경 설비를 활용해 환경에 기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회사는 해수처리장치 도입이나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를 미래에너지 기업으로서의 성과로 내세웠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 역시 기술 혁신을 통한 '연구개발 성과'라기보다, 설비투자나 행정적 절차에 불과해 '미래에너지 기업'으로서의 기술적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 관련 한 단체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에너지 전환의 핵심인 수소와 암모니아 사업을 추진하면서 R&D를 외면하는 것은, 기술 주도권 없이 평생 해외 기술에 로열티를 내는 '대리점' 역할에 만족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연구개발을 하지 않는다고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미래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면서 자체적인 연구개발 노력은 하지 않고 기술을 외국에서 사 오기만 하는 것은  말에 어폐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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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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